"지인들과 파티 계획했지만 감염 걱정"…일부는 '원정 송년회' 꼼수
코로나에 뺏긴 연말연시…모임 취소 고민하는 시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9개월여 만에 다시 600명대로 급증한 가운데 서울시 등의 방역 강화 조치가 나오자 연말연시 모임 계획을 세웠던 시민들이 울상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권모(26)씨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에 함께 보내려고 몇 달 전 해둔 호텔 예약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권씨는 5일 "갈수록 거세지는 코로나 확산세에 친구들과 모임을 하기가 적절한 것 같지 않다"면서도 "다들 연말 모임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취소하자고 말하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친구 3명과 연말 기념 파티를 하려고 호텔을 예약한 직장인 김모(25)씨도 예약 취소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김씨는 "술집보다는 호텔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호텔까지 이동하는 동안 다른 사람과 아예 접촉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좁은 공간에서 계속 머무는 것도 걱정이 돼 취소할까 싶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회사 동료들과 겨울 등산을 가려다 마음을 접었다.

그는 "재택근무하며 접촉을 줄이는 상황인데 회사 밖에서 따로 만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먼저 취소를 제안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이달 7일부터 내달 3일까지를 연말연시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각종 모임이나 행사 자제를 권고했다.

개별적 친목 모임은 온라인으로 대신하고, 각종 축제도 가급적 비대면으로 하도록 했다.

코로나에 뺏긴 연말연시…모임 취소 고민하는 시민들
이미 송년회 등 약속을 취소한 직장인들은 집에서 홀로 연말연시를 보내게 됐다며 우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30)씨는 철저하게 각자 따로 먹는 '1인 상차림'으로 친구들과 홈파티를 열려 했으나,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고 계획을 취소했다.

정씨는 "코로나에 걸리면 주변에 민폐일 것 같았다"며 "갑자기 계획을 취소하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주점을 찾아 지방으로 '원정 송년회'를 떠나려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친구들과 다른 도시에서 밤늦게까지 연말 모임을 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오후 9시 이후 식당과 주점 등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김씨는 "1년에 한 번 겨우 친구들끼리 모일 기회라 만나기로 했다"며 "사람 많은 식당에서 보기는 꺼려져서 아예 작은 식당을 빌려 친구들끼리만 보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은 긴 수험생활 후 친구들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안타까워하며 실내활동으로 연말의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반응이다.

유모(18)군은 "킥복싱을 배우고 싶었는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는 것 같아 아쉽지만 포기했다"며 "카투사나 교환학생 지원에 필요한 공인영어성적을 받기 위해 집에서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방역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며 모임 자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확산세는 이미 우리 의료체계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끔찍한 연말연시가 될 수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텐데 어떻게 하면 올겨울을 잘 버텨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