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북쉘프-빌 게이츠가 美 대학 졸업생 전원에 이 책을 선물한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빌 게이츠가 미국의 모든 대학·대학원 졸업생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이유
<팩트풀니스>, 진짜 지식인이 갖춰야하는 단 한 가지 조건
“정글 칼을 든 성난 한 무리 남자들에게 도륙당할 뻔한 나를 이성적 언쟁으로 구해준 이름 모를 용감한 맨발의 여성에게 이 책을 바친다.” 책을 읽다 보면 목차가 나오기 전 속표지에 누군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은 부모나 배우자, 자녀, 친구를 향한 고마움을 담은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어느 이름 모를 여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위의 문장이 더욱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스웨덴의 보건의료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다. 책의 부제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다. 2018년 6월 빌 게이츠가 그해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모든 졸업생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베스트셀러다.
1989년의 어느 날,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반둔두주에 있는 외딴 시골 마을인 마캉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텐트 밖으로 나온 마흔한 살 스웨덴 의사는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글도를 휘두르는 두 명의 근육질 남자를 앞세운 50여 명의 성난 군중이 텐트를 포위한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이전에 3년 동안 모잠비크에서 의료봉사를 했을 당시 그는 주민들의 신체를 마비시키는 정체불명의 질병을 발견했다. 스웨덴으로 돌아간 이후 계속해서 콘조병과 그 치료법에 대해 연구했던 그는 2년여간의 치밀한 준비 끝에 콩고민주공화국을 찾았다. 이곳에서 주민들의 혈액과 소변 샘플을 채취한 뒤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민들에게 혈액과 소변을 채취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생겨난 불안감은 ‘서양 의사가 우리들의 피를 뽑아다가 팔아먹으려고 한다’, ‘우리들의 피를 이용해 우리를 해칠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심과 분노로 커져갔다.
이때 맨발을 한 쉰 살 무렵의 여인이 무리 속에서 걸어 나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팔을 크게 휘두르며 홍역 예방주사를 떠올려보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예방주사를 맞기 전만 해도 많은 아이들이 홍역 때문에 숨졌지만 주사를 맞은 다음에는 그렇게 죽는 아이가 한 명도 없지 않았냐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콘조병으로 불구가 된 자신의 손자에 대해 말하며 그를 도와야만 우리 손주들이 더 이상 불구가 되지 않을 거라고 못 박은 그녀는 소매를 걷은 팔을 그에게 내밀었다. 자신의 피부터 먼저 뽑으라는 요구였다. 분위기는 금세 진정됐고 몰려왔던 사람들은 피를 뽑기 위해 얌전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는 원래의 목적대로 충분한 혈액 샘플을 채취한 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한스 로슬링은 살아가는 동안 빌 게이츠, 노벨상 수상 석학, 세계 각국의 주요 정치 지도자, 거물급 기업인 등 여러 글로벌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지냈다. 그런 그가 평생 살면서 만났던 이들 중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팩트풀니스(Factfullness‧사실충실성)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했던 인물로 꼽은 이 맨발의 여인이었다.
“이 여성은 분연히 일어나 외쳤다. 정식 교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는 거의 틀림없이 반둔두를 떠난 적이 없을 테고, 장담하건대 문맹이었을 것이다. 통계를 배우거나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외운 적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가 있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극도로 긴장된 순간에 날카로운 논리와 완벽한 웅변술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의 사실충실성이 내 목숨을 살렸다.”
<팩트풀니스>는 각각의 챕터를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다. 이런 본능들에는 각각 ‘격차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이란 이름이 붙여져 있다.
한스 로슬링의 인생과 <팩트풀니스>의 내용을 살펴보면 ‘많이 배운 자가 아니라 배운 것을 버릴 줄 아는 자야말로 진정한 지성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과거에 배웠던 낡은 지식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게 세상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갖게 되는 주요한 이유기 때문이다.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또한 주식 투자 등 각종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사람들이 모두 다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들 중에서 사실이 아닌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내는 능력이야말로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팩트풀니스>, 진짜 지식인이 갖춰야하는 단 한 가지 조건
“정글 칼을 든 성난 한 무리 남자들에게 도륙당할 뻔한 나를 이성적 언쟁으로 구해준 이름 모를 용감한 맨발의 여성에게 이 책을 바친다.” 책을 읽다 보면 목차가 나오기 전 속표지에 누군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은 부모나 배우자, 자녀, 친구를 향한 고마움을 담은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어느 이름 모를 여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위의 문장이 더욱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스웨덴의 보건의료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다. 책의 부제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다. 2018년 6월 빌 게이츠가 그해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모든 졸업생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베스트셀러다.
1989년의 어느 날,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반둔두주에 있는 외딴 시골 마을인 마캉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텐트 밖으로 나온 마흔한 살 스웨덴 의사는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글도를 휘두르는 두 명의 근육질 남자를 앞세운 50여 명의 성난 군중이 텐트를 포위한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이전에 3년 동안 모잠비크에서 의료봉사를 했을 당시 그는 주민들의 신체를 마비시키는 정체불명의 질병을 발견했다. 스웨덴으로 돌아간 이후 계속해서 콘조병과 그 치료법에 대해 연구했던 그는 2년여간의 치밀한 준비 끝에 콩고민주공화국을 찾았다. 이곳에서 주민들의 혈액과 소변 샘플을 채취한 뒤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민들에게 혈액과 소변을 채취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생겨난 불안감은 ‘서양 의사가 우리들의 피를 뽑아다가 팔아먹으려고 한다’, ‘우리들의 피를 이용해 우리를 해칠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심과 분노로 커져갔다.
이때 맨발을 한 쉰 살 무렵의 여인이 무리 속에서 걸어 나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팔을 크게 휘두르며 홍역 예방주사를 떠올려보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예방주사를 맞기 전만 해도 많은 아이들이 홍역 때문에 숨졌지만 주사를 맞은 다음에는 그렇게 죽는 아이가 한 명도 없지 않았냐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콘조병으로 불구가 된 자신의 손자에 대해 말하며 그를 도와야만 우리 손주들이 더 이상 불구가 되지 않을 거라고 못 박은 그녀는 소매를 걷은 팔을 그에게 내밀었다. 자신의 피부터 먼저 뽑으라는 요구였다. 분위기는 금세 진정됐고 몰려왔던 사람들은 피를 뽑기 위해 얌전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는 원래의 목적대로 충분한 혈액 샘플을 채취한 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한스 로슬링은 살아가는 동안 빌 게이츠, 노벨상 수상 석학, 세계 각국의 주요 정치 지도자, 거물급 기업인 등 여러 글로벌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지냈다. 그런 그가 평생 살면서 만났던 이들 중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팩트풀니스(Factfullness‧사실충실성)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했던 인물로 꼽은 이 맨발의 여인이었다.
“이 여성은 분연히 일어나 외쳤다. 정식 교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는 거의 틀림없이 반둔두를 떠난 적이 없을 테고, 장담하건대 문맹이었을 것이다. 통계를 배우거나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외운 적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가 있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극도로 긴장된 순간에 날카로운 논리와 완벽한 웅변술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의 사실충실성이 내 목숨을 살렸다.”
<팩트풀니스>는 각각의 챕터를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다. 이런 본능들에는 각각 ‘격차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이란 이름이 붙여져 있다.
한스 로슬링의 인생과 <팩트풀니스>의 내용을 살펴보면 ‘많이 배운 자가 아니라 배운 것을 버릴 줄 아는 자야말로 진정한 지성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과거에 배웠던 낡은 지식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게 세상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갖게 되는 주요한 이유기 때문이다.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또한 주식 투자 등 각종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사람들이 모두 다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들 중에서 사실이 아닌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내는 능력이야말로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