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난로 주변에서 폴리우레탄과 시너 등 가연성 물질 발견 창문 제거하고 공사하던 태국인 근로자 등 2명 12층서 추락해 숨져 주민들 대피하려다 연기에 질식해 2명 숨지고 1명 위독
"'펑·펑·펑' 하는 소리가 연달아 난 다음에 불길이 마구 치솟더라니까요."
1일 오후 11명이 사상한 경기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 화재 현장. 불이 완전히 진압된 후 1시간이나 지났지만, 현장은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내·외부를 오가는 소방대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구급차, 이를 구경하는 동네 주민들이 뒤섞여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불이 난 건 오후 4시 35분께. 화재는 이 아파트 12층 집에서 5명의 근로자가 노후한 섀시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 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발생했다.
불이 난 직후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31)씨와 태국인 B(38)씨가 바닥으로 추락, 두개골 골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전기난로가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창문을 제거한 상태에서 하는 섀시 교체 작업 과정에서 찬바람이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이를 막기 위해 전기난로를 가동했다가 불이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전기난로를 켠 상태에서 작업했다"는 등의 작업자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전기난로가 화재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난로 주변에서 폴리우레탄과 시너 등 가연성 물질이 발견된 점에 미뤄볼 때 화마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 직후 시뻘건 불길은 집 안 전체로 퍼졌고, 얼마 안 가 검은 연기가 맹렬한 기세로 창밖으로 퍼져 나왔다.
소방당국은 헬기 1대를 포함해 펌프차 등 장비 40대를 동원 진화에 나섰으나, 연기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혼비백산한 주민 중 일부는 옥상으로 긴급히 대피했다.
방화문이 정상 작동한 데다 옥상 문이 열려있었으나 당황한 이웃 주민 3명은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지나쳐 권상기실(엘리베이터의 도르래 등 부속 기계가 있는 공간)까지 갔다가 연기에 질식해 쓰러졌고, 이 중 C(35·여)씨와 D(51·여)씨 2명이 숨졌다.
또 다른 1명은 위중한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이들 주민은 권상기실쪽 좁은 문이 비상구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갔다가 좁은 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연기에 질식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6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쳤다.
이들 중 일부는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화재 현장 근처에 있던 일반 사다리차에 의해 구조됐다.
화재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어떡하면 좋냐"며 발만 동동 굴렀다.
아파트 주민 정모(16)군은 "외출하기 위해 나왔다가 '펑'하는 소리가 8번 정도 연이어 들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한 여자가 12층 외벽에 매달려 있었다"면서 "아파트 창문 안에서 불길과 새카만 연기가 치솟고 유리 조각과 콘크리트가 끊임없이 떨어져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2일 오전 10시 30분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한 뒤 감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