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먹어야 하는 B형간염 치료제…부작용 줄인 신약 주목[박상익의 건강노트]
코로나19의 대유행 시기에는 개인 위생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한편 만성 B형간염 등 기저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매년 10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지정한 간의 날입니다. 간학회는 간의 날을 통해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지방간, C형 간염 등 주요 간 질환에 대한 국민 인식을 올리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때 한국은 B형간염 천국으로 불릴 만큼 환자가 많았습니다. 1995년 B형간염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되면서 이후 젊은 층에서의 신규 환자수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40~50대의 경우 B형간염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거나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50대 B형간염 환자는 2015년 30%에서 2019년 32%, 60대 환자는 2015년 18%에서 2019년 26%로 증가했습니다.

중장년층의 B형간염 증가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과 함께 겪을 때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띠고 있습니다. 만성 B형간염은 C형간염과는 다르게 완전한 치료가 어렵고 항바이러스제를 평생 복용하기 때문에 약물 복용으로 인한 동반질환 악화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B형간염 환자 중 고혈압 당뇨병 신장장애 등 동반 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은 최대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다공증과 골절의 경우에도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유병률이 비감염 환자 대비 높은 편이지요.

국내 B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와 한국BMS제약의 바라크루드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비리어드와 바라크루드의 처방액은 각각 830억원과 698억원이었습니다. 길리어드의 베믈리디와 일동제약의 베시보 등 B형간염 신약도 출시돼 매출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선 베믈리디와 베시보 등이 기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항바이러스 효과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신장과 뼈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골밀도에 미치는 부담이 적어 고령화 시대에 맞는 B형간염 치료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국내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동반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중장년은 안전성이 개선된 치료제로 변경해 평생 질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한간학회는 B형간염 진료 지침(가이드라인)을 통해 안전성이 개선된 신약의 우선 처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환자 상태를 감안한 최선의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이들 신약은 처음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또는 내성이 생겼을 때만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약물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신약을 사용할 때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업계에선 B형간염 환자의 질환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약물 교체가 가능한 기준에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간학회를 중심으로 B형간염 치료제 교체 투여 기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사례별 심사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한간학회장인 백승운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존 환자는 안전성이 개선된 신약을 건강보험으로 처방받으려면 골밀도나 신장 기능이 악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해외에선 약제를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