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택 납품 전에는…화장실 사기 납품으로 재판 중

전남 구례지역 수재민에게 엉터리 임시주택을 납품·설치해 물의를 빚은 업체가 이전에도 이른바 사기 납품으로 적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달청으로부터 부정당 업체로 제재를 받았으나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공공 입찰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나 조달행정의 빈틈이 보인다.

불량 화장실에 불량주택까지…구례 수재민 울린 납품업체
24일 조달청과 구례군 등에 따르면 화순군의 모 임시주택 제조업체는 지난 1월 납품비리로 관련 공무원 등과 함께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무방류 이동식 화장실을 납품하겠다며 자치단체와 수의계약 등을 한 뒤 실제로는 훨씬 싼 샤워장을 설치하거나 설계를 변경, 일반 화장실을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 4명이 이 업체에 이득을 주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1명은 구속되고, 3명은 불구속기소 됐다.

업체 측과 브로커 등 3명은 납품 알선 대가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 비리로 조달청으로부터 지난해 6월, 6개월간 입찰 참가 제한이라는 제재를 받았으나 소송을 제기, 버티기를 해오고 있다.

이 업체가 조달청 제재 이후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납품한 액수만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행정의 허점을 그대로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기 납품으로 물의를 빚은 이 업체는 지난달에는 규격이 미달하는 등 부실 시공된 임시주택을 납품했다.

불량 화장실에 불량주택까지…구례 수재민 울린 납품업체
지난 8월 수해로 읍 전체가 침수돼 집을 잃은 구례지역 수재민에게 임시주택 25채(1채당 3천만원)를 설치, 납품했으나 이른바 불량주택으로 드러났다.

이 임시주택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설치됐으나 시방서에 기재된 것과는 거리가 먼 규격 미달 또는 저가 자재로 시공됐다.

벽체는 규정에 맞지 않는 샌드위치 패널을 설치하고 기초와 뼈대 역할을 하는 철제골조는 강도가 약하고 녹이 스는 일반 각 파이프 등을 사용했다.

특히 벽체는 단열과 화재 예방 등을 위해 우레탄 패널을 설치해야 하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단열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가연성(可燃性)이 큰 자재로, 대형 물류창고나 상가 화재 때마다 불을 키우거나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불량 주택 납품으로 전남도가 전면 감사에 착수한 상태이며 구례군도 자체 조사에 나섰다.

섬진강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 등 피해 주민들은 "불량주택 설치는 집을 잃은 수재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며 "관련 공무원의 묵인이나 결탁 등이 없었는지 사법당국이 철저히 조사하고 불량주택을 전면 재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량 화장실에 불량주택까지…구례 수재민 울린 납품업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