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과 함께 앳된 모습을 한 청소년의 모습이 당근마켓에 올라와 경찰이 게시자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당근마켓 캡처
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과 함께 앳된 모습을 한 청소년의 모습이 당근마켓에 올라와 경찰이 게시자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당근마켓 캡처
최근 중고거래 앱(응용프로그램) '당근마켓'에 올라오는 매물 글이 연일 윤리적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의 선제적인 자정 노력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당근마켓 경남 진주시 하대동 지역에서는 "저를 내놓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올라온 글에는 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먹고 살기 힘들어 저를 내놓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금 200에 월 50"이라는 항목이 명시돼 성매매 조장 글이란 의혹을 낳아 해당 글은 당근마켓 관리자에 의해 삭제됐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논란 글 속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밝힌 여성은 다음날 한 매체에 "글에 게재된 사진은 도용당한 본인의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진을 도용하고 논란 글을 올린 건) 철없는 친구의 장난이었다"고 전했다.

당근마켓에서는 꾸준히 논란을 낳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이불에 싸인 아기 사진 두 장과 함께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경찰이 인터넷주소(IP)를 통해 글쓴이를 추적한 결과, 글을 올린 사람은 20대 미혼모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원하지 않았던 출산 후 육체·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보육 시설로 보내졌고, 아이 엄마는 미혼모 지원센터에 입소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과 함께 앳된 모습을 한 청소년의 모습이 당근마켓에 올라와 경찰이 게시자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당근마켓 캡처
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과 함께 앳된 모습을 한 청소년의 모습이 당근마켓에 올라와 경찰이 게시자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당근마켓 캡처
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 팝니다"란 글과 함께 앳된 모습을 한 청소년의 모습이 올라와 경찰이 게시자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글쓴이는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로 밝혀졌다. 글쓴이는 자신의 친구 사진을 찍은 뒤 장난삼아 글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글을 올린 10대를 청소년 상담 기관에 연계해 보호 처분했다.

논란이 잇따르자 당근마켓은 지난 6일 불법 게시물 근절을 위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불법판매 게시물에 대한 제재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족·친구·지인 등 생명을 판매하는 행위 △신체·장기를 판매하는 행위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버리는 행위 △살해를 청탁하거나 폭력을 청탁하는 행위 등이 불법 게시글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연에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문제 사례를 제재하는 것에 앞서, 논란 글이 올라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논란이 될만한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글을 필터링한다면 부적절한 글이 올라오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불법 판매 게시글에는 은어가 많이 쓰인다"며 "은어까지 모두 필터링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짜려면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등 고도화에 공을 들여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당근마켓은 이미 술, 담배, 동물 등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정해 AI가 필터링할 수 있도록 적용해놓은 상태로, AI 알고리즘 고도화에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원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명제로 서비스를 운영하면 논란이 발생했을 때 글 게시자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실명이 공개된 회원은 애초에 논란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전문가는 실명제에 대해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교수는 "당근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거래 서비스이기 때문에 실명 등 신원이 노출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