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채용 공고 없이 '지인 찬스'로 들어와 국회 스펙을 쌓거나 입법보조원 출입증을 국회 '프리패스 카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 2000년 이후 출생자 5명…고3 수험생 '교수추천' 등록
연합뉴스가 22일 각 의원실에 등록된 입법보조원 26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입법보조원은 총 5명으로 집계됐다.
최연소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에 등록된 2002년생으로 현재 고3 수험생이다.
출입증 발급일은 수능을 5개월가량 남긴 올해 7월 3일이다.
송 의원 측은 남북 관계 관련 조언을 받았던 한 대학 교수의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 인턴을 했고, 국회 입법 활동에도 관심이 있다고 해서 방학 기간에 정기적으로 출근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 2001년생 1명(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 ▲ 2000년생 3명(더불어민주당 신영대, 국민의힘 이종배·서정숙 의원실)이 20∼21세 입법보조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송석준 의원실을 제외한 4명은 국회 홈페이지에 별도 채용 공고 없이 뽑혔다.
국회 경력이 젊은 세대에게 '귀한 스펙'으로 인식되고, 나아가 국회 보좌진 지망생들도 이 자리를 노린다는 점에서 불투명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 들어 입법보조원 채용 공고는 21건에 불과했다.
해당 게시글의 조회 수는 각각 1천회 안팎에 육박했다.
비상근 무급직인 입법보조원은 통상 의원실 차원의 교통비·활동비를 받는다.
◇ 국회 프리패스 목적…"노회한 정치인들 요구 많아"
60세 이상 입법보조원은 22명(8.3%)이었다.
70세 이상도 4명이 집계됐다.
'76세 최연장자' 입법보조원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실에 등록된 이경표 전 자유한국당 서울 강서을 당협위원장이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 중구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정치에 노하우가 많은 분이고, 경륜이 있다"며 "정치 자문도 받고, 일도 도움 받으려고 뽑았다"고 말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실에는 15년 넘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온 김정기 금조산업 대표이사(65세)가 입법보조원이었다.
금조산업은 건물의 청소·시설관리·보안을 대행하는 건물관리 업체다.
사무실은 국회 인근에 위치했다.
김 의원 측은 "(김 대표이사가) 정·관계 인사들을 많이 알고, 법안 발의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주면서 정무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품앗이 채용도 눈에 띈다.
이낙연 대표의 연설문을 총괄하는 박래용 민주당 메시지실장(58세)은 오영훈 의원실에 속했다.
오 의원은 이 대표의 비서실장이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55세)는 같은 당 조태용 의원실 입법보조원이었다.
입법보조원 출입 문제는 과거에도 입길에 자주 올랐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보수 유튜버를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해 국회 출입을 허용하자고 해 비판을 받았고, 박순자 전 의원은 민간 기업에서 대관·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자신의 아들을 등록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외부인이 국회를 방문하기 위해선 신분증 제출과 방문증 작성 등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입법보조원은 출입이 자유롭다.
한 국회 보좌관은 통화에서 "정치에 노회한 사람들이 친한 의원에게 '국회 프리패스' 목적으로 입법보조원 자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입법보조원이 사실상 무급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