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듯 펑…'파이어 볼' 두산 지켰다

총 쏘듯 펑…'파이어 볼' 두산 지켰다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9회 초 이승진이 다시 나왔다. 첫 타자 나성범에게 초구 직구. 펑 하고 터지듯 꽂히더니 포구음이 돔을 가득 메웠다. 1루 응원석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또 직구. 박세혁, 이승진 배터리가 내세우는 수는 변화구보다 직구가 많았다. 나성범과 상대할 때만 아니라 다음 타자 양의지, 모창민, 노진혁까지 전부 직구 위주 승부였다. 매 타자 변화구는 단 1구만 섞었다. 배터리는 최고 151km/h 찍히는 직구를 믿었다. 이승진은 두산이 시리즈를 뒤집는 순간 마운드에 서 있었다.

앞서 김태형 감독은 20일 고척 NC와 한국시리즈 3차전 브리핑에서 `이영하는 생각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마무리 투수가 가질 부담이 분산돼야 할 것이라고 시사하고는 `승진이와 같이 붙이거나 상황 따라 달리 기용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실행됐다. 결과는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멀티 이닝 세이브였다.

투구 컨디션이 곧 선택 기준이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승진이 공이 좋았다`며 `영하가 실점하는 데 있어 1점 차는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승진이에게 맡겼더니 잘해 줬다`고 했다. 이승진은 자신 있게 꽂았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구위 위주 투수로써 적극적 승부가 됐다. 실제 28구 중 22구가 직구였고 스트라이크 비율 60.7%였다.

'파이어 볼러'라고 불릴 만했다. 올 정규시즌 중 구속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던 이승진과 이제는 다르다. 이승진은 `배영수 코치님과 퓨처스 팀에서 땀흘릴 때 기억이 났다. 그때 공 빠른 (김)강률, (이)동원이 형과 있는데 나는 140km/h 대 나올 때라서 배 코치님께서 '너는 아직 파이어 볼러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150km/h 나오니까…. (웃음)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승진은 기존 마무리 투수 이영하와 공존이 서로 상쇄해 주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라고 봤다. 그는 `내게 상황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제구가 되지 않거나 위기일 때 편히 던질 수 있는 이유는 내 뒤 영하가 있기 때문`이라며 `마무리 투수는 영하가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두산으로서 큰 소득이다. 마무리 투수 이영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해 왔으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 말 3실점해 부담이 컸다. 그런데도 김민규만 아니라 이승진까지 돕고 나서 기존 마무리 투수가 느끼게 될 부담이 줄고, 김 감독으로서 가용할 카드가 느는 것이니 향후 시리즈 운영에 있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