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아버지 숨지자 소송해 1심 승소
정부 "근거 없는 주장 기각해 달라"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됐다.

"영국 정부 방역 실패했다"…'코로나 소송' 누가 이길까
최근 1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으며, 항소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유사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러스학 박사이기도 한 캐시 가드너는 런던 서부 옥스포드셔의 요양원에 생활 중이던 아버지가 지난 4월 숨지자 "정부가 입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시행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드너 박사는 "지난 3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요양원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수많은 가족을 위해 소송을 냈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 배경에 나타난 증거들을 수집하겠다"고 말했다.

가드너 박사는 이날 심리에서 "정책적 오류 때문에 요양원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정책 실패로 요양원에서 3∼6월에만 2만명이 넘게 사망했다고 추정했다고 영국 스카이 뉴스가 전했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들을 퇴원시키면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제대로 검진하지 않고, 격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가드너 박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는 ▲ 정책 결정의 과정 ▲ 정책 논의 참여 및 책임자 ▲ 요양원 입주자·직원에 대한 실질적 보호 정책의 미추진 배경 등을 소송에서 다룰 예정이다.

제이슨 코펠 변호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요양원에 들어오면서 원고의 아버지를 포함한 입주자들에게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며 "이는 취약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요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드너 박사의 소송에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며 인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도 병합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인 보건부와 잉글랜드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은 재판부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판부에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질병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재판부가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번 사태를 맞아 요양원 내부든 밖이든 정부는 노인 보호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과정에서 과학 전문가의 조언도 고려했다"며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결정이 코로나19 사태에 합리적으로 대응한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만한 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