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개정…'일시적 증가 업무 처리' 등 사용 대상 명시
사내 하청 근로자 보호도 강화…강제력 없어 실효성에 의문도
정규직 전환 민간으로 확산…노동부, 기간제 사용 제한 강화
정부가 기업의 기간제 근로자 사용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기 위한 조치다.

◇ 기간제 업무 명시…무기계약직 전환 대상도 확대
고용노동부는 19일 '기간제 근로자 고용 안정 및 근로 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2016년 제정된 것으로,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사용자는 일시적으로 증가한 업무의 처리,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 휴직·파견 등으로 인한 결원의 대체 등 업무에 필요한 기간이 정해진 경우 등을 중심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활용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기간제 사용 제한을 강화한 것이다.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기간제는 기간제법에 따라 2년 내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2년을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도 2년 이내만 기간제를 사용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정의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의 '연중 지속되는 업무로서 과거 2년 이상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라는 정의보다 범위를 넓힌 것이다.

기간제 차별 금지와 관련해서도 비교 대상인 동종·유사 업무 정규직이 없는 경우 기존 가이드라인은 다른 근로자들과 복리후생에 차별이 없도록 했지만, 개정 가이드라인은 '근로의 내용과 관계없는 근로 조건'을 추가했다.

일부 수당 등도 차별 금지 대상으로 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개정 가이드라인은 관련법 개정과 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 기간제 근로자의 노조 활동 보장 ▲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 ▲ 직장어린이집 이용 차별 금지 등을 규정했다.

정규직 전환 민간으로 확산…노동부, 기간제 사용 제한 강화
◇ '김용균법' 반영해 사내 하청 근로자 보호 강화
노동부는 비정규직인 사내 하도급(하청)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개정하고 이날 그 내용을 공개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주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개정 가이드라인은 원청 사업주가 유해·위험 작업은 원칙적으로 직접 수행하고 하청 사업주와 근로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사내 하청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원청 사업주가 도급 계약의 중도 해지 또는 만료 1개월 이전에 이를 하청 사업주에게 통보하고 고용 승계 등을 통해 하청 근로자의 고용 안정 노력을 하도록 했다.

고용 승계는 새로운 도급 계약 대상인 하청 사업주의 고용과 원청의 직접 고용 등 다양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 등과 공동 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거나 하청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는 등의 방식으로 하청 근로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도록 했다.

◇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자율적 준수 유도 방침
노동부가 이번에 개정한 두 가이드라인은 행정 지침으로, 강제력이 없어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해 현행 법규의 해석을 놓고 다툼이 벌어질 경우 가이드라인은 노사 어느 한쪽 주장의 근거로 쓰일 수 있다.

노사가 따라야 할 기준인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배포하고 그 내용을 안내함으로써 산업 현장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기간제와 사내 하청 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대해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90만원씩 1년 동안 지원하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 사업 등과 연계해 민간 부문의 정규직화를 촉진할 방침이다.

김대환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18만5천여 명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공공부문의 분위기를 민간부문에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가이드라인 개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