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월드클래스 300기업협회(KWCA) 에서 벨기에 남부 왈로니아에 위치한 박스터 유럽물류센터를 방문한 모습 / 주한벨기에대사관 제공
2018년 10월 월드클래스 300기업협회(KWCA) 에서 벨기에 남부 왈로니아에 위치한 박스터 유럽물류센터를 방문한 모습 / 주한벨기에대사관 제공
2021년은 한국과 벨기에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120년이 되는 해다. 그간 양국은 많은 교류를 해왔고, 최근 생명과학 산업은 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여러 바이오 기업과 벨기에 기업의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 벨기에 바이오 산업의 특징, 주요 기업, 협업 방안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벨기에 바이오 산업 특징 고밀도, 인접성으로 산업 클러스터 만들어

벨기에는 한국의 3분의 1정도 크기의 아주 작은 나라다. 좁은 면적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바이오 기업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이루고 발전을 도모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벨기에 바이오 산업의 특징은 이런 좁은 지역에 다양한 산업 주체들이 집중돼있다는 데에서 비롯한다. 공장, 기업 R&D 센터,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대학병원, 직업교육센터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기업들이 가까운데 모여 역동적인 바이오 산업을 이루고 있다. 고밀도, 인접성이라는 벨기에 바이오 산업의 특징은 미국의 CSM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기업이 벨기에에 지사를 설립하는 이유다. CSM 벨기에 법인은 유럽 전역의 생명과학 임상시험 계획과 관리를 담당한다.

벨기에 바이오 산업의 또다른 특징은 대기업과 소기업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상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벨기에 토착 기업이거나 해외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알러지 및 간질 치료의 선두 주자인 UCB제약, 지금은 존슨앤드존슨에 인수된 얀센이 대표적이다. GSK는 영국 기업이지만 세계2차대전 이후 백신에 특화된 R&D 및 제조 시설을 벨기에에 설립했고, 현재 GSK 벨기에에는 약 9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또 일본 다케다제약, 미국 박스터 등 거대 제약사들이 벨기에에 지사를 설립했다.

벨기에에서 대기업과 대학은 중소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학 혹은 대기업 내에서 시작해 창업하고 성장했다. GSK에서 시작해 분사한 아셉틱 테크놀러지스가 좋은 예다. 역으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거나 합병돼 발전한 경우도 있는데 카탈란트에 인수된 벨기에의 마스터셀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윈과 같은 산업 클러스터에서 기업 간 파트너십 그리고 산학 협력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벨기에 바이오 산업의 특징 수출 및 물류 인프라 갖춰진 나라

벨기에 바이오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의약품 수출과 물류에 필요한 시설이 잘 갖춰졌다는 점이다. 벨기에는 초콜릿과 맥주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벨기에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은 의약 및 면역 관련 제품이다.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있는 만큼 수많은 제품들이 벨기에에서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한 예로 GSK 벨기에는 연간 15억 개의 백신을 생산해 전 세계 172개국으로 수출한다. 이런 수출을 위해서는 물류 시설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과 동부지역 리에주에 위치한 공항들이 벨기에의 의약품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두 공항 모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인증하는 의약품 운송의 글로벌 표준 CEIV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리에주 공항은 항공화물 물류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유엔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퇴치하기 위한 글로벌 물류 허브 중 한 곳으로 리에주 공항을 선택했다. WFP는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를 대신해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벨기에 중심부에 위치한 브뤼셀 공항에서는 여객 및 화물 수송이 이뤄진다. 의약품은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운송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제약사들은 브뤼셀 공항을 지나는 여객기를 통해 제품을 운송한다.

벨기에의 바이오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입할 수 있는 훌륭한 물류시설이 있다는 점은 글로벌 기업들이 벨기에를 유럽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손꼽는 이유다. 이미 많은 세계적인 제약기업들이 벨기에를 R&D 및 제조의 중심지, 더 나아가 범유럽 전략 거점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을 예로 들면 벨기에 남부 왈로니아 지역에 자사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품 유통을 위한 유럽물류센터(EDC)를 설립했고, 스위스 기업 론자 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벨기에에 제조 및 유럽물류센터와 유럽 전체를 총괄하는 고객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벨기에의 협업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1년 유럽연합과 대한민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통계에 따르면 협정 체결 이후 벨기에와 대한민국의 생명과학 제품 교역은 225% 증가했다. 이런 교역 증가의 이유 중 하나로 벨기에 바이오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위탁생산업체로 선정한 것을 들 수 있다. 그 예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벨기에 기업인 UCB와 중요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또 한국 기관들이 국내 주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벨기에 기업을 선정하면서 교역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예를 들어 벨기에 기업인 아이온빔어플리케이션즈는 대전에 구축되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에 원형 가속기를 공급한다. 또 벨기에의 겐트대는 송도 글로벌 캠퍼스 입주 대학으로 선정됐다. 앞서 언급한 제조 및 R&D 분야에서의 협업 이외에도 한국과 벨기에의 관계는 한국기업의 벨기에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로 더 탄탄해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미국의 빌게이츠 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한 벨기에의 유니버셀에 투자했다. 유니버셀은 바이오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곧 나스닥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주목해야 할 벨기에 기업은?
벨기에의 유망 생명과학 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노샥 , 뉴튼 바이오캐피탈 및 펀드 플러스와 같은 벨기에 벤처 캐피털 기업의 투자 결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종양학 분야에도 유망한 벨기에의 기업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에이티브테라퓨틱스는 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암치료제를 개발한다. 또 핵의학 관련 기업으로 앞서 말한 아이온빔어플리케이션즈(벨기에 루뱅 가톨릭대에서 창업한 뒤 분사), 핵 보건 분야의 유망 기업으로는 트라시스와 엘리시아(벨기에 리에주대에서 창업한 뒤 분사) 등이 있다.

의약계의 또 다른 메가 트렌드인 영양과 식이 분야 유망기업으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임상 영양을 모니터하는 Dim3가 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델파이 제네틱스는 유전자 치료제를 집중 연구개발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의 관계가 점점 더 견고해지며 양국의 협업은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과 벨기에의 바이오 산업 역시 모두 빠르게 성장하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기업은 유럽에서 점점 더 많은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는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

벨기에의 바이오 산업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info@belgiumtrade.or.kr)로 신청하시면 벨기에 대사관에서 제작한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 생명과학 분야의 강점(Strengths of the Walloon Life Sciences sector, LDP Partner, June 2020)’ 자료를 전달해 드립니다.


글 마르크 드 베스텔
주한 벨기에 대사관의 참사관으로 무역과 투자를 위한 카운셀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독일 벨기에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벨기에 루뱅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네덜란드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한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