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전문 중소기업 A사는 한국수자원공사(사장 박재현·사진)가 지난달 발주한 ‘2020년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물량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수자원공사가 공공부문 최초로 지난 6월 대형사 간 공동도급 비중 상한을 설정하고 25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은 아예 대형사 간 공동도급을 금지한 제도를 도입한 덕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받은 중소기업 및 지역기업을 지원하는 조치다.A사 관계자는 9일 “이번 수자원공사 제도 개선으로 중소기업 입찰 참여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며 “중소기업 기술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사는 수자원공사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민간 공사 수주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총 19개 사업으로 구성된 ‘2020년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에서 공사 낙찰을 받은 중소기업은 A사를 포함해 총 22개로, 전체의 53%에 달한다. 예년의 5~6개, 20~35%보다 낙찰 중소기업 수와 비중이 대폭 늘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은 총 3조1000억원을 들여 노후 상수관망 및 정수장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먹는 물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당초 사업기간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였다. 하지만 인천 ‘붉은 수돗물’ 사고를 계기로 계획보다 4년 앞당겨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수자원공사는 이번에 개선한 입찰제도를 광역상수도, 수자원, 수변 사업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수자원공사는 작년 7월 ‘공정문화 확산 추진 전담반’을 발족하고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 1년간 총 74개 개선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 중 48개는 개선을 마쳤다.작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이익공유제 시범사업도 그중 하나다. 중소기업이 제작·설치하는 펌프의 효율이 수자원공사에서 제시한 보증효율보다 높을 경우 전력비 절감액의 일정 부분을 업체와 공유하는 사업이다. 펌프 준공 후 초과 효율분(측정효율-보증효율)을 통해 창출되는 1년치 전력비 절감액의 70%를 성과 인센티브로 해당 중소기업에 지급한다. 지난해 준공한 5건의 계약(총 7억9900만원) 중 계약금액 대비 6~14.2%를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총 4600만원 규모다.수자원공사는 지난해 6월 공공기관 최초로 조달청 하도급 지킴이 시스템과 내부 대금지급 시스템 정보도 연계했다. 협력업체에 신속하게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다. 시스템 연계 후 1년간 총 296건, 1129억원의 대금 지급을 완료했다.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공정경제 질서의 회복이 중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경제 성장의 근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자원공사는 공정문화 확산을 위해 경영 전반에 걸쳐 제도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한국수자원공사(사장 박재현·사진)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지역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입찰제도를 개선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의 사업 수주 비중을 기존 20~35% 수준에서 53%까지 높였다고 공사는 설명했다.공사는 대기업의 수주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25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은 대기업 간 공동도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기업 간 공동도급 비중 제한을 설정한 것은 공기업 중 수자원공사가 처음이다. 공사는 또 대기업이 낙찰받은 뒤 중소·지역기업에 저가 하도급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업 규모가 큰 종합심사낙찰제 평가 때는 중소·지역기업의 공동도급 지분율을 각각 40%, 30%로 정했다.더불어 실적 및 참여기술자 범위를 유사 전문 분야까지 확대했다. 실적 및 기술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지역기업의 입찰 참가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공사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을 바탕으로 이달 총사업비 725억원 규모의 ‘2020년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기본 및 실시 설계용역’ 19개 사업의 계약 체결을 마쳤다. 이 사업은 수돗물 누수를 줄이고 먹는 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노후 상수도 관로 및 정수장을 전면적으로 교체·개선하는 사업이다. 수자원공사는 전체 132개 사업 중 72개 사업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탁해 수행 중이다.개선된 제도로 지방상수도 현대화 19개 사업에 대한 입찰을 추진한 결과 중소기업의 사업 수주 비중이 기존 20~35% 수준에서 53%까지 상향됐다. 지역기업 수주 비중도 기존 13%에서 30%로 높아졌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는 50MW급 규모의 수력발전설비의 핵심부품인 수차 ‘러너(Runner)’를 100% 국산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27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번 러너 국산화 개발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 4개월간 진행됐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이다. 총 80억6100만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러너는 물의 위치에너지를 기계적 회전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부품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수차의 러너를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회전에너지로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사업 주관기관인 수자원공사는 설계 검증 및 품질관리를 맡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러너 설계, ㈜금성이앤씨에서 모의실험용 수차 제작을 담당했다. 모의실험은 수자원공사 수차성능시험센터에서 진행했다. ㈜이케이중공업이 실물 러너에 대한 제작과 설치를 시행했다.특히 모형수차 시험설비는 한국, 독일, 일본 등 9개국만 보유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해외의 절반 수준인 시험비용으로 국내 수력 강소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모의시험 없이 실물수차를 제작하면 설계검증이 곤란해 최종 수차 효율을 떨어뜨린다.이번에 개발한 50MW급 수차 러너는 설계부터 제조 및 실험까지 모든 과정을 국산화했다. 50MW급 수차 러너를 국산화한 건 국내 최초다. 관련 설비 중 국내 최대 용량이다. 50MW급 수력발전설비는 약 24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연간 약 7.5만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또 수차 효율이 94.7%에 달한다. 기존의 외국산 설비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발전량 증가는 연간 533.3이산화탄소톤(tCO2)의 온실가스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규모(25MW~60MW)급 수력발전용 수차는 대부분 1970~1990년대에 설치된 일본 또는 유럽 기업의 제품이다. 이번에 국산화된 러너는 관련 설비 교체 시 외국산 설비와의 경쟁에서 성능과 가격, 설치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수차 러너의 성능을 실증한 수자원공사 합천댐지사의 합천수력발전소의 경우 1989년 준공 이후 30년 이상 운영해온 노후 설비를 국산 설비로 교체하면서 약 28억원의 도입 비용을 절감했다.해외 수력발전시장 진출과 이에 따른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이다. 향후 100MW급 수차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수력협회(IHA, International Hydropower Association)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약 850GW의 수력발전 용량이 추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수력발전 용량(6728MW)의 320배 규모다.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사업비 6428억 원을 투입해 10개 수력발전소의 노후 설비를 점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은 “이번 러너 국산화는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이 5년 넘게 협력해 이룬 성과"라며 "청정에너지인 수력발전의 대외의존도를 크게 낮춰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해외 수력발전 시장에서도 우위를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