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대책에 숨겨진 '트로이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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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택배 금지, 토요일 휴무제'에 관심 집중됐지만
대리점주에 택배기사 건강검진 의무 부과 '주목'
근로자 대상 산안법, 특고 종사자에도 적용 의미
대리점주가 사용자? 근로자성 확대 첫걸음될 수도
대리점주에 택배기사 건강검진 의무 부과 '주목'
근로자 대상 산안법, 특고 종사자에도 적용 의미
대리점주가 사용자? 근로자성 확대 첫걸음될 수도
정부는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올들어서만 10명이 사망하는 등 택배기사들의 과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대책은 크게 실태점검과 과로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불공정 거래 관행 및 갑질 개선, 택배 일자리 질 개선, 그리고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택배기사과로방지대책협의회) 마련 등이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 택배의 심야택배(밤 10시 이후) 제한, 토요일 휴무제를 통한 주5일제 확산, 택배비 인상을 전제로 한 사회적대화 출범 등이다. 이밖에 산재보험의 적용제외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사실상 의무가입토록 하고, 법을 개정해 고용보험에도 가입시키겠다는 기존 계획도 포함됐다.
대책 발표 이후 주요 언론의 관심도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사안, 즉 심야배송 제한, 토요 휴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부에선 '유도' '권고'에 그친 정부 대책을 두고 '면피성' '맹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트로이 목마'가 숨어있다는 게 정부 및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갈등의 씨앗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로 '건강검진 의무화'다.
◆대리점주에 택배기사 건강검진 의무 부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택배기사들의 건강보호 강화를 위해 일반 근로자와 같이 택배기사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대리점주에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건강검진 결과 택배기사에게 뇌심혈관질환 등 건강상의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대리점주가 작업시간 조정 등 조치를 협의할 수 있도록 법령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건강검진 확대를 위한 예산편성 계획도 수립됐다. 정부는 우선 뇌심혈관계 질환 검사를 포함한 택배기사 맞춤형 건강검진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7억원의 예산을 들여 1만명의 택배기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취지는 명료하다. 올들어서만 10명이 넘는 택배기사들이 사망했는데, 평소 건강검진이 제대로 됐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좋은 취지를 넘어 실제 시행이 되면 택배산업 현장에 적지않은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 대상 산안법에 특고 종사자 편입
현재 택배기사들은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서 2년에 1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정부는 건강검진을 매년 의무화하고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사업주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산안법은 비사무직 근로자에 대해 매년 건강진단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특수고용직 종사자인 택배기사를 근로자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해 매년 건강검진 대상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안법에 따라 사업주는 건강검진 기관으로부터 검진 30일 이내에 고위험 질환이 있는 택배기사의 검진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 검진 결과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택배 기사에 대해 물량 조절이나 작업시간 조정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양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업주의 물량 조정을 둘러싸고 양자 간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리점주 '준사용자' 지정…근로자성 인정 계기될 수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안법에 특고 종사자가 들어온다는 점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즉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닌 택배기사에 대한 건강검진 의무를 대리점주에 부과한다는 것은 사업주에게 '준사용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셈이다. 특고 종사자들에 대해 노조법 상 근로자 판단은 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큰 상황에서 향후 논의의 물줄기가 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심야배송 제한, 작업시간 조정 등은 이미 메이저 택배회사들에서는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택배기사들의 건강검진 의무화 방침이 어떤 식으로 현장에서 발현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 택배의 심야택배(밤 10시 이후) 제한, 토요일 휴무제를 통한 주5일제 확산, 택배비 인상을 전제로 한 사회적대화 출범 등이다. 이밖에 산재보험의 적용제외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사실상 의무가입토록 하고, 법을 개정해 고용보험에도 가입시키겠다는 기존 계획도 포함됐다.
대책 발표 이후 주요 언론의 관심도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사안, 즉 심야배송 제한, 토요 휴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부에선 '유도' '권고'에 그친 정부 대책을 두고 '면피성' '맹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트로이 목마'가 숨어있다는 게 정부 및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갈등의 씨앗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로 '건강검진 의무화'다.
◆대리점주에 택배기사 건강검진 의무 부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택배기사들의 건강보호 강화를 위해 일반 근로자와 같이 택배기사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대리점주에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건강검진 결과 택배기사에게 뇌심혈관질환 등 건강상의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대리점주가 작업시간 조정 등 조치를 협의할 수 있도록 법령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건강검진 확대를 위한 예산편성 계획도 수립됐다. 정부는 우선 뇌심혈관계 질환 검사를 포함한 택배기사 맞춤형 건강검진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7억원의 예산을 들여 1만명의 택배기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취지는 명료하다. 올들어서만 10명이 넘는 택배기사들이 사망했는데, 평소 건강검진이 제대로 됐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좋은 취지를 넘어 실제 시행이 되면 택배산업 현장에 적지않은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 대상 산안법에 특고 종사자 편입
현재 택배기사들은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서 2년에 1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정부는 건강검진을 매년 의무화하고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사업주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산안법은 비사무직 근로자에 대해 매년 건강진단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특수고용직 종사자인 택배기사를 근로자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해 매년 건강검진 대상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안법에 따라 사업주는 건강검진 기관으로부터 검진 30일 이내에 고위험 질환이 있는 택배기사의 검진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 검진 결과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택배 기사에 대해 물량 조절이나 작업시간 조정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양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업주의 물량 조정을 둘러싸고 양자 간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리점주 '준사용자' 지정…근로자성 인정 계기될 수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안법에 특고 종사자가 들어온다는 점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즉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닌 택배기사에 대한 건강검진 의무를 대리점주에 부과한다는 것은 사업주에게 '준사용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셈이다. 특고 종사자들에 대해 노조법 상 근로자 판단은 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큰 상황에서 향후 논의의 물줄기가 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심야배송 제한, 작업시간 조정 등은 이미 메이저 택배회사들에서는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택배기사들의 건강검진 의무화 방침이 어떤 식으로 현장에서 발현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