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한글날 보수단체 집회 봉쇄했던 경찰, 확산세 속 노동자대회 최대한 허용
일부 참가자 대방역삼거리서 도로 점거…경찰 "채증 자료 분석해 사법처리"
민주노총 서울 곳곳서 동시다발 집회…여야 당사 앞 행진 마무리(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3일만에 다시 200명을 넘어선 14일 서울 곳곳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로 소규모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집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와 발열 체크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됐지만 연일 세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 집회 대응이 개천절·한글날 때보다 느슨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오후 2시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태일 50주기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전태일3법'이라고 쓰인 검은 마스크와 투명 얼굴 가리개를 쓰고 띄엄띄엄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다만 일부 참가자는 집회장 울타리 너머 공원 잔디밭에 모여 자리를 깔고 앉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행사 관계자는 이들을 향해 "거리를 두고 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기도 했다.

이날 대회사에서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방역의 모범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 덕분이었다"며 "전태일 열사 50주기가 되는 올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전태일의 외침을 '전태일 3법' 통과 투쟁으로 이어가자"고 했다.

같은 시간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민주일반연맹 등 20여개 가맹조직들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나 영등포구 대방역 등 서울 곳곳에 99인 이하의 규모로 모여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서울 시내에서 100인 이상의 집회가 금지된 탓에 이들은 각자 모인 곳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본무대 행사와 서로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민주노총 서울 곳곳서 동시다발 집회…여야 당사 앞 행진 마무리(종합)
경찰은 집회당 인원이 1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이날 집회를 따로 제한하지는 않기로 했으나, 집회 금지 구역인 국회 정문에서 서강대교 남단까지는 차벽을 설치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경찰 대응이 지난달에 비해 느슨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날 집회가 가까운 거리를 두고 '쪼개기'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찰은 일일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대였던 개천절과 한글날에 열린 보수단체 집회를 차벽과 펜스를 동원해 원천 봉쇄한 바 있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300일째인 14일 신규 확진자는 205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은 것은 9월 2일(267명) 이후 73일만 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전역에 110여개 부대, 7천여명의 경력을 동원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방역수칙 위반 등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 3시께부터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빈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2020 전국민중대회'를 벌였다.

이 역시 여의도 등 서울 13개 지역에서 99명 이하의 인원으로 진행됐다.

민주노총 서울 곳곳서 동시다발 집회…여야 당사 앞 행진 마무리(종합)
이들은 오후 3시 45분께부터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사 앞으로 나눠 이동해 집회를 마무리했다.

여의도공원 인근 본무대에 있던 민주노총 공동대표단은 민주당사 앞으로 행진했다.

북과 꽹과리를 치는 풍물패가 앞장섰고, 플래카드를 든 참가자 30여명이 뒤따랐다.

각 당사 앞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는 오후 4시 40분께 모두 마쳤다.

이 집회 역시 99명 이하 소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경찰과 참가자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다만 일부 참가자는 대방역 삼거리 인근에서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행위를 벌였고, 경찰은 "채증자료를 분석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매 주말 집회를 해온 보수단체들도 이날 종로구 현대적선빌딩,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 강남역 등에 모여 정부 규탄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 등을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