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평생 먹는 알약만 5만개…어쩌다 '약 권하는 사회'가 됐나
“역사상 지금처럼 알약을 많이 복용하는 시대는 없었다. 미국인 중 절반은 정기적으로 약을 처방받고 1년에 최소 네 가지 항생제를 먹는다. 노인들은 하루에 10알씩 복용한다. 통계적으로 평생 알약 5만 개가량을 몸에 밀어넣는 셈이다.”

미국 과학저널리스트 토머스 헤이거가 쓴 《텐 드럭스》에서 소개한 알약 복용 현황이다. 항생제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영양제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누구나 의심없이 알약을 입에 털어 넣지만 정작 발전 과정은 모른다.

이 책은 아편, 피임약, 항암제 등 의학 역사상 대표적인 의약품 10가지를 중심으로 ‘약 권하는 사회’가 어떻게 도래했는지 설명한다. “인류의 보편적인 욕망이 약물을 확산시켰다”고 말한다. 부작용이 하나도 없는 ‘마법의 약물’을 개발하겠다는 꿈이다. 저자는 “인류는 끝없이 질병만 파괴하는 의약품, 즉 특효약을 내놓으려 했다”며 “전지전능한 약물은 단 한 번도 개발된 적이 없다. 그렇기에 신약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면서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약물 규제 법률을 피하는 편법 행위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19세기엔 누구나 처방전 없이 아편, 대마초 등 향정신성 약물을 구했다. 20세기 들어 부작용을 우려해 각종 규제와 감시기관이 생겼고, 제약사는 약의 안정성과 효능을 증명해야 했다. 저자는 “빅파마(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수조달러를 벌어들이는 배경엔 규제와 갈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의약품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도 짚는다. 저자는 “1880년대만 해도 의약품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며 “이제는 의사들 처방 없이는 약물을 투여받지 못한다. 환자들은 그저 새로운 관행을 따라갈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의약품의 발전 방향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그는 “알약은 인류 성장을 이끌었다. 평균 수명을 늘리고 전염병을 막았다. 신약 개발은 이제 공공선을 실행하는 도구로 정의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