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가 '바이든 시대정신'을 언급한 것 자체가 대권 의지를 에둘러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정 총리는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연 취임 300일 간담회에서 자신이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다른 생각보다는 현재 제게 주어진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총리는 '대권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돼야 다른 생각을 해볼 여유도 있을 텐데…지금까지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일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대신 정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를 입에 올렸다.
정 총리는 "미국 국민들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한 시대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바로 통합과 포용이 아닌가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들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바이든 당선인은 품격있는 정치인이고, 안정감도 있고 경륜이 풍부하고 또 포용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분"이라며 "그런 부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도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가 분석한 '바이든 시대정신'과 정 총리가 그동안 거론해온 정치적 지향점 사이에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바이든 당선인을 통한 '정세균 강점 알리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총리는 평소 통합·실용의 리더십을 강조했고, 총리 취임과 함께 '통합 총리', '경제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사적인 의정활동을 한 의원에게 주는 '백봉신사상'을 15차례 받기도 했다.
정 총리는 6선 의원이자 국회의장 출신이고, 바이든 당선인 역시 6선 상원의원이자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가 대권 도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바이든 시대정신'에 자신이 부합한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이 차기 대권의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