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안무함 진수식서 "4천t급 잠수함도 갖출 것" 재확인…추진체계 결정안돼
속도 빠르고 무제한 수중작전 강점…한미원자력협정 등 현실적 제약에 의문도
30년만에 잠수함 설계국…'무한 잠항' 핵잠수함 숙원 이룰까
국내 독자 설계로 건조된 두 번째 3천t급 중형 잠수함이 진수되면서 군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 여부에 다시 이목이 쏠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거행된 장보고-Ⅲ 배치(Batch)-Ⅰ 2번함인 '안무함' 진수식 축사에서 "머지않은 미래 우리 해군은 핵심전력인 경항모와 함께 한국형 차기 구축함, 4천t급 잠수함 등을 갖춘 선진 대양해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국방부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4천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이같은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해군 잠수함은 배수량을 기준으로 장보고-Ⅰ(1천200t급),Ⅱ(1천800t급),Ⅲ(3천t급 이상)으로 나뉘며, '배치'는 같은 종류로 건조되는 함정들의 묶음을 가리킨다.

배치-Ⅰ에서 Ⅱ, Ⅲ으로 갈수록 함정 성능이 개선된다.

이번에 진수된 안무함을 포함해 해군이 현재까지 확보한 잠수함은 총 20척으로, 모두 디젤 추진 체계를 갖췄다.

여기에 향후 추진될 장보고-Ⅲ 배치-Ⅱ 사업 역시 디젤 추진체계의 3천600t급 잠수함으로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군이 올해 들어 공식화한 4천t급 잠수함은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의 일환으로, 디젤 엔진이 아닌 원자력 엔진이 탑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그간 국내에 축적된 잠수함 건조 기술과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결합하면 핵잠수함 건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3천t급 잠수함을 기점으로 1987년 독일과 첫 잠수함 구매계약을 체결한 지 약 30년 만에 잠수함 설계국 반열에 오르면서 이런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핵잠수함의 가장 큰 강점은 핵연료에 의해 수중에서 사실상 무한대로 작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사시 상대의 잠수함을 추적·대응하는 능력이 강화될 수 있다.

군이 보유한 디젤 잠수함의 경우 축전지 등을 이용해 기동하기 때문에 잠항 기간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수면 위로 주기적으로 부상해 스노클링(Snorkeling: 잠수함이 해수면에 떠올라 엔진 가동에 쓸 공기를 보충하는 작업환기)을 해야 한다.

적에게 노출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핵잠수함은 평균 시속도 30노트 정도로, 디젤 잠수함과 비교해 월등히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갈수록 고도화 되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 등 예측이 어려운 해양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핵잠수함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연안 중심의 우리나라 해상작전 환경상 핵잠수함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미원자력협정이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핵을 연료로 하는 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군은 현재까지 4천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은 공식화하면서도, 핵잠수함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8월 국방중기계획 발표 당시 기자들과 만나 배치-Ⅲ의 핵추진 방식 추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추진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현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30년만에 잠수함 설계국…'무한 잠항' 핵잠수함 숙원 이룰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