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과정서 발파…가치 "있다" vs "없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공익감사 청구

경기 의정부의 청동기 시대 고인돌로 추정된 거석(巨石)이 개발 과정에서 파쇄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공원 개발 사업자가 사설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 가치가 없는 자연석이라는 판단과 의정부시의 동의를 받아 발파했다.

그러나 경기문화재단과 세종대 박물관은 그동안 이 거석을 고인돌로 소개했다.

의정부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는 실내 테니스장이 건립됐고,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의정부 청동기 유물 추정 고인돌 파쇄 '논란'
10일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세종대 박물관은 2001년 의정부지역 문화유적을 조사한 뒤 보고서에 호원동 고인돌 2기를 기록했다.

1호의 크기는 3.9m×3.8m×0.9m, 2호는 6.7m×4.0m×1.4m로 측정됐다.

2기 모두 덮개돌이며 주변에 굄돌로 추정되는 돌이 흩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를 위해 의정부시가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의정부시와 의정부문화원은 2014년 의정부시사(議政府市史)를 발행, 2권에서 세종대 박물관 보고서를 토대로 호원동에 고인돌 2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문화재단은 2007년 발행한 '경기도의 고인돌'에서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호원동 고인돌 2호를 '거석기념물'로 추정했다.

고인돌은 돌무덤뿐만 아니라 재단 등으로 사용한 거석기념물 형태도 있다.

호원동 고인돌 윗면과 옆면에는 '성혈'로 불리는 알구멍 20개가 확인됐다.

성혈은 선사시대 예술의 일종으로 주로 별자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인돌과 일반 돌을 구분하는 특징이다.

의정부 청동기 유물 추정 고인돌 파쇄 '논란'
그러나 의정부시가 개발업자에게 보고받은 조사 결과는 달랐다.

의정부시는 2014년 장기간 방치된 직동공원을 민간투자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민간 사업자가 부지의 70%에 공원을 지어 의정부시에 기부하고 나머지 30%는 아파트를 지어 이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 사업자는 개발에 앞서 2016년 민간 전문기관에 문화재 조사를 의뢰했다.

이 기관은 한 달간 조사해 '호원동 거석이 고인돌일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했다.

거석 측면에 채석 흔적이 있는데 근래에 석재를 옮기기 위한 과정의 흔적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자는 거석 2개를 발파, 2017년 그 자리에 실내 테니스장을 지은 뒤 주민 편의시설로 의정부시에 기부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당시 문화재 조사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으나 다른 유물과 달리 보존에 대한 아무런 얘기가 없어 발파하도록 했다"며 "일반 돌이라는 조사 결과에 따라 발파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 청동기 유물 추정 고인돌 파쇄 '논란'
이에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거석기념물 형태의 고인돌이 맞다"며 이날 의정부시를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고산동에 있던 고인돌 4기도 행방불명 상태라며 발파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준(혜문) 대표는 "고인돌은 선사시대 유물로 의정부시의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중요한 문화유적"이라며 "발파 행위가 적절했는지 공익감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006년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조계종 현등사 사리구를 반환받은 일을 계기로 2010년 이 단체를 만들었다.

그동안 조선왕실의궤, 문정왕후 어보 등 문화재 반환 운동을 진행해 성공하고 광화문 현판이 잘못 복원된 사실을 밝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