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36만4000명 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올해 1월(+37만5000명) 수준에 근접해 고용시장 충격을 거의 극복한 듯 하다. 물론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공공일자리로 인한 '착시효과'다. 그러나 공공일자리 요소를 제거하고 통계를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코로나19발 산업구조의 변화, 소비자 대응 태도 등에 따른 고용시장의 움직임이다. 고용노동부가 매달 둘째주 화요일자로 발표하는 고용행정 통계를 기초로 눈길 가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 봤다.

10월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142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6만4000명이 늘었다. 이 중 서비스업 가입자는 984만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39만3000명이 늘었다. 서비스업이 전체 가입자 증가분을 상회하면서 그만큼 제조업 등은 고용시장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고용보험 가입자 36만명 급증…공공행정이 20만명

고용부는 10월 고용동향에서 서비스업과 관련, 정부 일자리 사업과 비대면 업무 방식의 확산 등의 영향으로 공공행정, 전문과학기술, 출판·정보·통신 등의 증가폭이 확대된 반면 도소매나 숙박음식업 등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요약해서 설명했다.

고용부 설명대로 도소매업은 2018년 10월 증가폭이 전년동월에 비해 +6만6000명, 2019년 10월 +5만3000명 등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증가해왔으나 올해는 6월 +7000명, 7월 +6000명, 8월 +5000명, 9월 +4000명, 10월 +3000명으로 약속이나 한듯 매달 증가폭이 1000명씩 줄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도소매업이라고 모두 사정이 같지는 않다. 오프라인 거래가 대부분인 도매업은 매달 1만명 안팎의 감소세가 지속되거나 확대되고 있다.

반면 소매업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반작용으로 홈쇼핑 또는 인터넷 쇼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되레 취업자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만명 미만의 증가세였지만, 5월 +1만500명을 기록한 이우 증가폭을 매달 늘려 지난달에는 1만6000명이 늘었다.

◆도소매업 직격탄 맞았지만 'e쇼핑' 무점포 소매는 호황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원격근무가 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분야 취업자는 지난 8월까지 1만명대 증가폭을 기록하다가 9월 2만2200명, 지난달에는 2만5200명이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업종 내에서도 미묘한 관찰 포인트가 있다. 이른바 '밥집'과 '술집'은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고용 충격은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났다. 지난달 음식·음료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1만5100명이 줄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음식점업에서 2만1200명이 급감했지만 주점·음료점업에서 6100명이 늘면서 고용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만명 이상 줄면서 숙박업의 고용 충격은 불가피했다.

지난달 고용지표 중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20대 고용이 소폭이나마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이후 무려 8개월 만이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3월 1만7000명 감소한 이후 지난 7월에는 7만1000명까지 감소했다가 지난달 3000명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본격화한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 등 공공일자리 사업 영향이다.

지난 3~4월 코로나19 고용충격 이후 좀처럼 노동시장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표만 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듯한 모양새를 갖추면서 '통계 분식'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희망일자리 사업이 연말까지 계획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 나오는 11월 고용행정 통계도 숫자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