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이스라엘이 미 대선 틈타 비인간적 행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베두인 마을 철거…EU "파괴 멈춰라"
이스라엘이 베두인(아랍계 유목민)들이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마을을 강제로 철거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아침 요르단강 서안 내 요르단계곡의 한 작은 베두인 마을을 불도저를 동원해 완전히 파괴했다고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5일 유엔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텐트 등에서 거주해온 팔레스타인인 73명이 집을 잃게 됐고 이들 중 41명은 어린이로 파악됐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번에 파괴한 베두인 마을은 지난 10여 년간 요르단강 서안에서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군 훈련 지역에서 불법으로 구조물을 세웠기 때문에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 베두인 마을 철거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첼렘'의 대변인 아밋 길루츠는 "한 (베두인) 공동체를 한꺼번에 파괴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이스라엘은 모든 사람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이런 비인간적 행위를 하는 데 이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의 베두인 마을 철거를 강하게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의 대변인은 5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인도적 관점에서 모든 파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또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유엔 통계를 근거로 올해 들어 팔레스타인이 제한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구조물 689개가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됐다고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지역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