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의 개인전 ‘끝없는 중력’이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춘 그의 작품 속 사물들을 보면 다소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장난감 로봇, 인형의 머리 등 질서정연할 이유가 없는 하나의 기물들이 마치 어떤 의지를 가지고 도열한 것 같다. 낯선 군대를 마주한 기분이랄까.
똑같은 사물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의외로 공격적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기물들이 집단의 이름으로 외치는 목소리 같다. 여린 존재들, 부서지고 파편화된 부품들, 가난하고 소외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약하지만 이들이 연결되고 모여서 내는 소리는 뜻밖의 힘을 발휘한다.
자동차를 소재로 최근에 작업한 작품들은 기존의 질서정연함에서 벗어나 들쭉날쭉하게 그려져 있다. 너무나 빼곡해서 서로 겹쳐지고, 경쟁이라도 하듯 머리를 들이미는 자동차들의 컬러풀한 집합은 개체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은 “김인의 질서정연한 반복과 무질서한 반복은 무한 확장의 풍부한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일으킨다”고 평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