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건의 신약 이야기] ② K-바이오 독자 임상 3상, 어떻게 봐야 할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신라젠, 헬릭스미스, 한올바이오파마까지 많은 기업이 임상 3상에 실패하거나 추가 임상에 들어가며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모두 투자자의 자본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이었다. 과연 이렇게 독자적으로 3상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 걸까. 혹은 아직 적당한 시기가 아닌 것일까.
국내 바이오텍이 스폰서가 돼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가. 대한민국 제약사(혹은 바이오텍)가 임상 3상이란 과정을 스스로 진행하는 것이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런 수순을 밟는 것이 옳다.
지난해부터 언론매체에서 이런 논리가 솔솔 터져나왔다. 기술이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인터뷰 기사도 있었다. 기술이전을 ‘안’ 하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글로벌 제약사가 된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신약 개발 수준이 글로벌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2020년 현시점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우리 돈으로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까.
앞으로 대한민국 바이오텍이 스폰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SK바이오팜의 모범 교과서를 자세히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첫째는 꾸준히 신약 개발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27년이나. SK는 1993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1993년부터 대덕기술원과 미국 뉴저지주에 설치한 미주동부 R&D센터가 공동으로 의약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해 간질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 의약품 연구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997년 4월부터 기존 미주동부R&D센터를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의약개발센터와 정밀화학제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뉴저지 연구소로 분리했으며, 2000년 의약개발센터를 SK라이프사이언스(SKLS)로 명칭을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SK가 갖고 있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함은 항상 테스트를 당한다. 성공이 있기까지 SK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도 수차례 맛봤다.
하지만 SK는 R&D 조직을 더욱 강화하며 신약 개발에 힘을 쏟았다. SK 바이오·제약사업 부문을 2011년 SK바이오팜으로 분사시킨 것도 R&D를 더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분사 이후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8년 동안 R&D 비용으로 약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런 계속적인 투자 때문에 한국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부터 의약품 생산, 마케팅 역량까지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이 탄생할 기회가 생겼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앞으로 신약 상업화 등의 성과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출시 이후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제약사(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에 판매 허가 받은 엑스코프리도 카리스바메이트 실패 후 2001년 기초연구를 다시 시작해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임상시험과 인허가 과정을 거쳤다. 후보물질을 선정하기 위해 합성한 화합물만2000개 이상, FDA에 신약 시판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 만 쪽에 달한다. 실패의 과정은 모두 다 미래를 위한 경험의 축적이다.
누가 임상 3상 성공에 공헌을 했을까. 물론 오랫동안 지휘를 한 조 사장이 있지만 현지 주재하는 마크 케이민 박사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 컨트롤을 총괄한 케이민 박사의 역할도 두드려졌다. 전문의인 케이민 박사는 30년 넘게 편두통, 우울증, 알코올중독, 뇌전증, 말초신경장애 등 중추신경계(CNS) 분야의 임상을 설계하고 컨트롤한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13년 존슨앤드존슨(J&J)에 영입돼 SK LSI(SK바이오팜 미국법인)에서 임상 2상부터 총괄했다. 케이민 박사는 풍부한 경험으로 임상을 지휘하면서 FDA와의 미팅을 잘 이끌었다. 오랜 경험은 바로 나이와도 연결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영입해 큰일을 맡긴 것이다.
신라젠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PHOCUS’ 임상 3상 무용성 평가 결과, 미국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바이오 주가는 바닥으로 계속 떨어졌다. 신라젠 실패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헬릭스미스는 ‘VM202-DPN’의 임상 3상을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의과대학 존 케슬러 교수 책임 아래 미국 내 25개 임상 사이트에서약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톱라인 결과를 일반에 공개했다. ‘성공’이냐 ‘실패’냐, 둘 중 하나로 답하라는 것이 업계, 언론과 주식시장에 투자한 일반인의 요구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에서 결과가 잘못 나오자 ‘실패’한 듯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게 잘못된 것을 전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미국 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으려면 항암제 외에 다른 적응증은 최소한 2개의 ‘적절하고 잘 제어된 연구(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ies)’로부터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 3상에서 동일한(혹은 유사한) 임상 설계를 가진 레플리카, 즉 두 개의 별도 실험을 하게 된다. 혹은 서로 조금 설계는 다르지만, 각각 잘 제어된 상황에서 2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우리는 약물의 유효성을 보기 위한 임상 3상을 ‘세 번’으로 계획해 목표에 도달할 생각이다.” 다시 필자가 헬릭스미스의 이 말을 해석하면(물론 이번 임상의 결과를 제외하고) 앞으로 두 번의 임상을 잘 설계하고 두 임상의 결과를 합해 품목허가를 신청해 받겠다는 생각이다.
대다수의 투자자가 임상 3상이 단순히 한 번으로만 끝난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헬릭스미스의 글로벌 임상 3상은 진행 중이다. 2019년이 실패의 끝이 아니었다.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은 올해 1월 21일 ‘HL036’ 3상 임상 톱라인 결과를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회사 측은 1차 유효성평가지표(ICSS, ODS)는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2차 유효성평가지표(CCSS, TCSS)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임상 실패’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가 3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임상’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문제는 지난 1월 16일 간담회보다 먼저 나온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VELOS-2) 성공적인 톱라인 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다. 각막 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sign) 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symptom) 모두에서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으며, 해외 파트너와 본격적인 라이선스 아웃 협의와 함께 FDA 신약 허가를 위한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도 준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먼저 발표한 이것과 21일의 간담회의 발표가 다른 것이 문제다. 5일 사이의 간극이다. 왜 임상 3상 진행 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문제는 임상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확히 솔직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제대로 전달하는 전략이 부족하다. 물론 임상계획서에서 설정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만족했다면 성공한 임상이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21일 회사 측이 설명하는 대로 2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1차 변수로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추가 임상을 통해 동일하게 효과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찬스가 높아진다.
개막식에 이어 기조강연은 8월 2일 새로 출범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인 묵인희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제 개발 동향에 이어 마지막에 사업단 방향을 조금 선보였다. 사업단은 2028년까지 총 사업비 2000억 원을 투자하며 치매 원인 규명과 발병기전 연구, 치매 예측·진단기술 개발, 치매 예방·치료기술 개발 등 3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한다고 한다.
필자가 관심 있게 들은 강의가 하나 있다. FDA에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에자이·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에 관한 내용이다. 아두카누맙이 승인될 경우,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첫 번째 치료법이 되리라 전망된다. 강의 초점이었던 ‘리아백스(GV1001)’ 물질의 역사를 살펴보면 2014년 9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한 신약인 췌장암 면역항암제 GV1001을 췌장암 치료제 신약으로 허가했다. 바로 그 물질을 가지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작년말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것이다.
아직도 GV1001 개발을 계속하는 끈질김에 감탄했다. 임상 2상에서 도네페질을 단독 투여한 대조군은 중증장애점수(SIB)가 7.23점 감소한 반면, GV1001 1.12mg을 투여한 시험군은 0.12점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도 이상의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신약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런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치매 글로벌 임상 3상을 대한민국 회사가 스폰서로 진행하는 경우 그 엄청난 재원을 누가 투자해야 하나. 만일 아두카누맵이 내년에 허가를 받는다면 GV1001이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동력이 계속 유지될까. 이 GV1001이 대한민국 개미들의 돈으로 글로벌 3상을 진행하다가 앞에 언급한 케이스처럼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닌가.
임상 3상의 진행은 돈의 ‘0’이 하나 더 붙기에 현재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지금 (치매도 아닌 항암제가) 글로벌 임상 2상이 400억 원이 드는 과제라면 3상은 4000억 원이기에 현시점에서는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 제약사도 경험이 축적되고 자본이 축적되기에 글로벌 3상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 그 과정을 지나면 자연히 SK바이오팜 이후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다.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이자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이 있다.
국내 바이오텍이 스폰서가 돼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가. 대한민국 제약사(혹은 바이오텍)가 임상 3상이란 과정을 스스로 진행하는 것이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런 수순을 밟는 것이 옳다.
지난해부터 언론매체에서 이런 논리가 솔솔 터져나왔다. 기술이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인터뷰 기사도 있었다. 기술이전을 ‘안’ 하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글로벌 제약사가 된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신약 개발 수준이 글로벌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2020년 현시점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우리 돈으로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까.
찬성 : 꾸준하게 신약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득일 수 있어
올바른 결정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SK바이오팜이다. 지난해 11월 22일 SK 바이오팜이 개발한 엑스코프리(Xcopri)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 주요 적응증은 17세 이상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 발작으로, 단독 복용과 병용 투여 모두 가능한 약물로 허가를 받았다. 대한민국 바이오텍이 스폰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시판 허가를 받는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앞으로 대한민국 바이오텍이 스폰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SK바이오팜의 모범 교과서를 자세히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첫째는 꾸준히 신약 개발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27년이나. SK는 1993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1993년부터 대덕기술원과 미국 뉴저지주에 설치한 미주동부 R&D센터가 공동으로 의약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해 간질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 의약품 연구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997년 4월부터 기존 미주동부R&D센터를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의약개발센터와 정밀화학제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뉴저지 연구소로 분리했으며, 2000년 의약개발센터를 SK라이프사이언스(SKLS)로 명칭을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SK가 갖고 있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함은 항상 테스트를 당한다. 성공이 있기까지 SK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도 수차례 맛봤다.
실패 딛고 다시 선 SK바이오팜
실패의 경험이 두 번째 이유다. SK바이오팜의 첫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임상 1상 완료 후 SK바이오팜이 존슨앤드존슨(J&J)에 라이선싱 아웃해 진행하던 ‘카리스바메이트’ 임상 3상은 4가지 다른 디자인으로 네 번 진행했다. 하지만 3상 후 두 개의 임상을 합해 FDA에 2008년 제출했을 때 판매 허가를 받지 못했다. 물질이 애매하면 아무리 임상 3상을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으로 확대해도 실패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하지만 SK는 R&D 조직을 더욱 강화하며 신약 개발에 힘을 쏟았다. SK 바이오·제약사업 부문을 2011년 SK바이오팜으로 분사시킨 것도 R&D를 더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분사 이후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8년 동안 R&D 비용으로 약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런 계속적인 투자 때문에 한국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부터 의약품 생산, 마케팅 역량까지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이 탄생할 기회가 생겼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앞으로 신약 상업화 등의 성과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출시 이후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제약사(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에 판매 허가 받은 엑스코프리도 카리스바메이트 실패 후 2001년 기초연구를 다시 시작해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임상시험과 인허가 과정을 거쳤다. 후보물질을 선정하기 위해 합성한 화합물만2000개 이상, FDA에 신약 시판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 만 쪽에 달한다. 실패의 과정은 모두 다 미래를 위한 경험의 축적이다.
현지화 성공이 핵심
세 번째 이유는 현지화다.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실패한 다른 한국 바이오 회사와 차별점이 아닐까. 2017년 3월부터 SK바이오팜 대표직을 맡은 조정우 사장이 직접 현장인 미국에 머무르면서, 또 수시로 한국을 오가면서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누가 임상 3상 성공에 공헌을 했을까. 물론 오랫동안 지휘를 한 조 사장이 있지만 현지 주재하는 마크 케이민 박사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 컨트롤을 총괄한 케이민 박사의 역할도 두드려졌다. 전문의인 케이민 박사는 30년 넘게 편두통, 우울증, 알코올중독, 뇌전증, 말초신경장애 등 중추신경계(CNS) 분야의 임상을 설계하고 컨트롤한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13년 존슨앤드존슨(J&J)에 영입돼 SK LSI(SK바이오팜 미국법인)에서 임상 2상부터 총괄했다. 케이민 박사는 풍부한 경험으로 임상을 지휘하면서 FDA와의 미팅을 잘 이끌었다. 오랜 경험은 바로 나이와도 연결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영입해 큰일을 맡긴 것이다.
반대 : 임상 3상 실패할 경우 엄청난 타격 있어
2020년 현시점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우리 투자자의 돈으로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 아닌 이유는 너무 많다. 벌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지만 2019년 8월 2일 금요일이 ‘블랙 프라이데이’였다.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바이오의 암울한 날의 시작이었다.신라젠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PHOCUS’ 임상 3상 무용성 평가 결과, 미국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바이오 주가는 바닥으로 계속 떨어졌다. 신라젠 실패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헬릭스미스는 ‘VM202-DPN’의 임상 3상을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의과대학 존 케슬러 교수 책임 아래 미국 내 25개 임상 사이트에서약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톱라인 결과를 일반에 공개했다. ‘성공’이냐 ‘실패’냐, 둘 중 하나로 답하라는 것이 업계, 언론과 주식시장에 투자한 일반인의 요구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에서 결과가 잘못 나오자 ‘실패’한 듯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게 잘못된 것을 전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미국 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으려면 항암제 외에 다른 적응증은 최소한 2개의 ‘적절하고 잘 제어된 연구(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ies)’로부터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 3상에서 동일한(혹은 유사한) 임상 설계를 가진 레플리카, 즉 두 개의 별도 실험을 하게 된다. 혹은 서로 조금 설계는 다르지만, 각각 잘 제어된 상황에서 2개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우리는 약물의 유효성을 보기 위한 임상 3상을 ‘세 번’으로 계획해 목표에 도달할 생각이다.” 다시 필자가 헬릭스미스의 이 말을 해석하면(물론 이번 임상의 결과를 제외하고) 앞으로 두 번의 임상을 잘 설계하고 두 임상의 결과를 합해 품목허가를 신청해 받겠다는 생각이다.
대다수의 투자자가 임상 3상이 단순히 한 번으로만 끝난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헬릭스미스의 글로벌 임상 3상은 진행 중이다. 2019년이 실패의 끝이 아니었다.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은 올해 1월 21일 ‘HL036’ 3상 임상 톱라인 결과를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회사 측은 1차 유효성평가지표(ICSS, ODS)는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2차 유효성평가지표(CCSS, TCSS)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임상 실패’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가 3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임상’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문제는 지난 1월 16일 간담회보다 먼저 나온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VELOS-2) 성공적인 톱라인 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다. 각막 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sign) 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symptom) 모두에서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으며, 해외 파트너와 본격적인 라이선스 아웃 협의와 함께 FDA 신약 허가를 위한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도 준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먼저 발표한 이것과 21일의 간담회의 발표가 다른 것이 문제다. 5일 사이의 간극이다. 왜 임상 3상 진행 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문제는 임상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확히 솔직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제대로 전달하는 전략이 부족하다. 물론 임상계획서에서 설정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만족했다면 성공한 임상이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21일 회사 측이 설명하는 대로 2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1차 변수로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추가 임상을 통해 동일하게 효과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찬스가 높아진다.
앞으로 10년… 경험과 자본이 축적되면 스스로 3상을 준비할 날 올 것
글로벌 임상 3상을 개미투자자들의 돈으로 진행하고 싶은 유혹은 계속된다. 필자는 지난 8월 20일 한국화학연구원과 파이낸셜뉴스가 공동 주최해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서울국제신약포럼’에 참석했다.개막식에 이어 기조강연은 8월 2일 새로 출범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인 묵인희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제 개발 동향에 이어 마지막에 사업단 방향을 조금 선보였다. 사업단은 2028년까지 총 사업비 2000억 원을 투자하며 치매 원인 규명과 발병기전 연구, 치매 예측·진단기술 개발, 치매 예방·치료기술 개발 등 3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한다고 한다.
필자가 관심 있게 들은 강의가 하나 있다. FDA에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에자이·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에 관한 내용이다. 아두카누맙이 승인될 경우,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첫 번째 치료법이 되리라 전망된다. 강의 초점이었던 ‘리아백스(GV1001)’ 물질의 역사를 살펴보면 2014년 9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한 신약인 췌장암 면역항암제 GV1001을 췌장암 치료제 신약으로 허가했다. 바로 그 물질을 가지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작년말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것이다.
아직도 GV1001 개발을 계속하는 끈질김에 감탄했다. 임상 2상에서 도네페질을 단독 투여한 대조군은 중증장애점수(SIB)가 7.23점 감소한 반면, GV1001 1.12mg을 투여한 시험군은 0.12점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도 이상의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신약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런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다.
실패로 남진 않을까
그 강의를 진행한 한 바이오기업의 대표는 작년 말 미국 어느 학회에서 아두카누맵과 같은 세션에서 발표를 했고 아두카누맵이 여러 종류의 임상 3상을 진행한 것에 부러움을 드러냈다.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싶은데 그 재원을 국가가 지원해줬으면 하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치매 글로벌 임상 3상을 대한민국 회사가 스폰서로 진행하는 경우 그 엄청난 재원을 누가 투자해야 하나. 만일 아두카누맵이 내년에 허가를 받는다면 GV1001이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동력이 계속 유지될까. 이 GV1001이 대한민국 개미들의 돈으로 글로벌 3상을 진행하다가 앞에 언급한 케이스처럼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닌가.
스폰서로 글로벌 임상 3상, 현시점에선 신중할 것
필자는 지난해 8월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 참여해 많은 회사가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을 투자자 입장에서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 대한민국 바이오제약사가 스폰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최근에 상장한 회사 대표의 강의에서 들었다. 현재 그 회사는 라이선싱 아웃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고 한다.임상 3상의 진행은 돈의 ‘0’이 하나 더 붙기에 현재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지금 (치매도 아닌 항암제가) 글로벌 임상 2상이 400억 원이 드는 과제라면 3상은 4000억 원이기에 현시점에서는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 제약사도 경험이 축적되고 자본이 축적되기에 글로벌 3상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 그 과정을 지나면 자연히 SK바이오팜 이후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다.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이자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