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10월 美주식 쇼핑 '반토막'…대선·환율 지켜보자[이슈+]
지난달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쇼핑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환차손 우려가 커져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2억4795만달러(약 1조4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최고치를 찍었던 직전월(9월) 27억5868달러(약 3조1269억원)보다 54.76%(15억1073억달러) 줄어든 수준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현지시간 3일)이 서학개미들의 주식 쇼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블루웨이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접전 지역인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지지율을 추월하면서 '불복' 시나리오가 부각됐다.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자 시장은 출렁였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를 기준으로 지난달 12일 28,837.52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30일에는 26,501.60까지 하락하는 등 최대 2000포인트 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자체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점도 서학개미들의 주식 쇼핑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하는데 달러화 가치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통상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주식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이익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첫 거래일인 5일 원·달러 환율은 1163.4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27일 1125.5원까지 저점을 찍은 뒤 월말 1135.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동안 무려 28.3원 하락(원화 강세)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배경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돈풀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달러가 약세를 보였고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위안화 강세를 이끌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서 환차손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이 매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현 수준은 환차손을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나 내년 이후 달러 약세가 더욱 심화되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