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증발' 실종아동 아버지 "그날 이후 시간이 멈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물건을 도둑맞은 것도 아니고, 눈앞에 있던 아이가 사라졌다.
그날 이후부터 시간이 멈췄다.
" 다큐멘터리 '증발'은 2000년 4월 4일 당시 여섯 살이었던 최준원(현재 26세)양을 찾는 아버지와 아이의 실종 이후 무너진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준원이가 실종되고 20년이 흐른 현재, 준원이의 아버지 최용진씨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있다.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준원이는 밖에 놀러 가겠다고 나간 이후 사라졌다.
평상시와 다를 것이 하나 없는 날이었다.
이날 준원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집 앞 놀이터. 어두워진 밤도 아닌 대낮이었는데 아이가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준원이의 아버지는 2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실종신고를 하고 밤을 새웠다"며 "준원이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집에 안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족은 아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준원이의 사진이 방송을 타면서 닮은 아이를 봤다는 제보도 많이 왔다.
준원이의 아버지는 "미친 사람이 됐다.
사진을 복사한 전단을 뿌리고 일주일, 한 달, 3개월이 지나면서 점점 불안해졌다"며 "배낭을 메고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나갔다"고 말했다.
그렇게 준원이의 흔적을 쫓아가기 위해 제보와 의심되는 정황을 적어둔 수첩은 겹겹이 쌓여갔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거나, 아이를 성폭행하고 수장했다는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무너졌다.
상처가 깊어지면서 아이의 어머니는 이혼 끝에 가족과 떨어져 살기로 했다.
남은 가족들의 삶도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준원이를 찾는 것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아버지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큰딸은 서로가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게 어렵기만 하다.
준원이 아버지는 "딸이 셋이다.
우리 준원이가 둘째 딸이다"라며 "큰 애가 보통 마음이 무너진 게 아니다.
실종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 살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성민 감독이 촬영하며 느낀 실종아동 사건의 가장 큰 문제도 이런 지점이다.
김 감독은 "실종아동은 결국 가족을 해체하는 문제가 된다"며 "가족을 한순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무너뜨린다"고 전했다.
희망이 찾아올 때도 있었다.
경찰청에 장기실종아동 수사팀이 꾸려지면서 17년 만에 재수사가 시작됐다.
출생신고가 미심쩍은 준원이 나이 또래에서 얼굴 생김새가 닮은 사람을 추적했다.
결과는 실패. 준원이 아버지는 수사 결과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사건을 담당한 강성우 수사관은 "아버님 반응을 보니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희망을 품었다 절망하셨을지가 그려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준원이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준원이를 찾고 있다.
결국 아픔과 절망 가득한 이 무거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관심'이다.
김 감독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부모 마음이 어떨까', '경찰은 수사를 어떻게 하지', '뭐가 필요할까' 등의 궁금증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그런 관심이 모여 제도를 개선하거나 제보가 되고, 그렇게 실종아동이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발'은 아동권리보장원과 실종아동찾기협회와 함께 장기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공식 서포터즈로 '바라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배우 문소리, 가수 유빈 등이 참여했다.
오는 12일 개봉.
/연합뉴스
그날 이후부터 시간이 멈췄다.
" 다큐멘터리 '증발'은 2000년 4월 4일 당시 여섯 살이었던 최준원(현재 26세)양을 찾는 아버지와 아이의 실종 이후 무너진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준원이가 실종되고 20년이 흐른 현재, 준원이의 아버지 최용진씨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있다.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준원이는 밖에 놀러 가겠다고 나간 이후 사라졌다.
평상시와 다를 것이 하나 없는 날이었다.
이날 준원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집 앞 놀이터. 어두워진 밤도 아닌 대낮이었는데 아이가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준원이의 아버지는 2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실종신고를 하고 밤을 새웠다"며 "준원이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집에 안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족은 아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준원이의 사진이 방송을 타면서 닮은 아이를 봤다는 제보도 많이 왔다.
준원이의 아버지는 "미친 사람이 됐다.
사진을 복사한 전단을 뿌리고 일주일, 한 달, 3개월이 지나면서 점점 불안해졌다"며 "배낭을 메고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나갔다"고 말했다.
그렇게 준원이의 흔적을 쫓아가기 위해 제보와 의심되는 정황을 적어둔 수첩은 겹겹이 쌓여갔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거나, 아이를 성폭행하고 수장했다는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무너졌다.
상처가 깊어지면서 아이의 어머니는 이혼 끝에 가족과 떨어져 살기로 했다.
남은 가족들의 삶도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준원이를 찾는 것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아버지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큰딸은 서로가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게 어렵기만 하다.
준원이 아버지는 "딸이 셋이다.
우리 준원이가 둘째 딸이다"라며 "큰 애가 보통 마음이 무너진 게 아니다.
실종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 살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성민 감독이 촬영하며 느낀 실종아동 사건의 가장 큰 문제도 이런 지점이다.
김 감독은 "실종아동은 결국 가족을 해체하는 문제가 된다"며 "가족을 한순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무너뜨린다"고 전했다.
희망이 찾아올 때도 있었다.
경찰청에 장기실종아동 수사팀이 꾸려지면서 17년 만에 재수사가 시작됐다.
출생신고가 미심쩍은 준원이 나이 또래에서 얼굴 생김새가 닮은 사람을 추적했다.
결과는 실패. 준원이 아버지는 수사 결과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사건을 담당한 강성우 수사관은 "아버님 반응을 보니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희망을 품었다 절망하셨을지가 그려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준원이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준원이를 찾고 있다.
결국 아픔과 절망 가득한 이 무거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관심'이다.
김 감독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부모 마음이 어떨까', '경찰은 수사를 어떻게 하지', '뭐가 필요할까' 등의 궁금증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그런 관심이 모여 제도를 개선하거나 제보가 되고, 그렇게 실종아동이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발'은 아동권리보장원과 실종아동찾기협회와 함께 장기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공식 서포터즈로 '바라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배우 문소리, 가수 유빈 등이 참여했다.
오는 12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