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단행한 고위급 인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처가 고용노동부다. 차관급에 3명이나 잇따라 승진 기용됐다. 지난 2일 임서정 전 차관(행시 32회)이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직급상으로는 같은 차관급 자리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업무의 중요도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진이라고 평가된다. 임서정 일자리수석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고용부 차관 자리는 박화진 전 노동정책실장(행시 34회)이 내부 승진했다.
지난 9월 8일 김경선 전 기획조정실장(행시 35회)이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승진한 것까지 포함하면 단번에 3명이나 차관급 인사를 배출했다. 인사 적체로 조직 분위기가 침체해 있던 고용노동부 관료들 사이에서 후속 승진 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번 인사를 두고 청와대가 고용노동부 정책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립, 시행해 왔다는 의미다. 또 노사 단체 사이의 첨예한 이해 대립을 잘 조율하고 노사정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됐다. 임서정 신임 일자리수석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현 정부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수석비서관으로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정부 부처 중에서 직제상 우선 순위가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고용노동부로서는 이번 인사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등 이른바 영향력 있는 부처가 아니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타 부처 차관으로 기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인사로 물러난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비서관의 다음 행보를 놓고 관심이 커졌다. 한때 고용노동부 차관 기용설이 나돌기도 했던 황 전 수석은 현 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를 줄곧 지켜왔다.

고용노동비서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거쳐 일자리수석까지 승진했던 터라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월로 재임 기간 2년을 넘긴 이재갑 장관의 후임으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박화진 차관이 내부에서 승진해 관료 조직의 안정성이 확보된 점을 고려하면 장관은 외부에서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임명되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 정부 임기 말까지 일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 존중 정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황 전 수석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고용부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박 차관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노동정책실장 자리를 놓고도 이목이 쏠린다. 노동조합과 노사협력 업무, 근로 기준 업무 등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데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 △근로시간 △최저임금 등 현안들이 모두 노동정책실장 소관이다. 인사 검증에 4주에서 6주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러도 이달 말에나 확인될 전망이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장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