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거부당한 채희봉…원전 수사 '급물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사진)이 ‘검찰 외부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기각’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는 이번 수심위 소집 불발로 청와대를 향한 검찰의 칼끝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월성 원전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대전지검에 따르면 채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대전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기소 여부 판단을 구하기 위해 수심위 소집을 지난달 29일 신청했지만 검찰시민위원회가 부의(附議)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수심위는 검찰 밖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 계속, 혹은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사건 관계자가 수심위 소집을 요청하면 관할 지검 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수심위 개최 여부를 먼저 결정한다.

채 전 비서관은 월성 1호기 가동을 멈추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등에게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검찰은 채 전 비서관이 2017년 6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청와대에 파견근무 중이던 김모 산업부 국장에게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한 뒤 확정한 보고서를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월성 1호기는 가동 연한이 2년 이상 남아 있었지만, 조기 폐쇄를 위해 채 전 비서관이 산업부 공무원을 동원해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채 전 비서관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시민위원회의 이번 의결을 계기로 검찰이 남은 수사에 더욱 속도를 올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채 전 비서관이 기소를 늦추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수심위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하면서 기소 명분이 쌓인 셈”이라며 “검찰이 남은 수사 절차에 더욱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말 채 전 비서관을 비롯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도 함께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달 말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이르면 다음달 대대적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수사팀 교체가 있기 전에 기소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의혹 수사는 지난해 10월 야당인 국민의힘이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수사팀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앞서 지난해 12월 월성 원전 자료를 대량 삭제한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기소한 바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