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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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을 쓸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가 유류분(遺留分)이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고인이 어떤 형태로 유언을 남겨도 그 뜻과 무관하게 상속인들은 유류분에 따라 일정 비율의 유산을 받는다. 따라서 유류분을 고려하지 않고 유언장을 쓰면 자칫 본인의 의도와 상반되게 상속재산이 배분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이용하면 이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상속제도의 근간은 상속분과 유류분이다. 민법 1009조에선 유가족이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 비율인 상속분을 배우자 1.5, 자녀당 1로 정하고 있다. 또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무조건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다. 가령 배우자와 자녀 2명을 둔 고인이 “전 재산 1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유언장에 써도 유족들은 소송 등을 통해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유류분으로 확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배우자와 자녀들은 42.9%(1.5/3.5)와 28.6%(1/3.5)의 절반인 21억4500만원과와 14억3000만원(자녀 1명 기준) 씩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

다만 고인이 사망하기 1년 이전에 유언대용신탁에 재산을 맡기고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계약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3월과 10월 나온 수원지방법원과 수원고등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망 시점 1년 이전에 금융회사의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법(1113·1114조)상 유류분은 △상속이 시작될 때 고인이 갖고 있던 재산 △시기와 상관없이 생전에 상속인(배우자, 자녀 등)에게 증여된 재산 △사망하기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된 재산을 기반으로 계산한다.

제3자가 재산을 받아 특정 상속인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시기와 상관없이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된다. 즉 고인이 사망하기 1년 이전에 제3자인 은행에 재산을 맡기고 그 은행이 다른 상속인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악의가 없었다면 재산은 유류분과 상관없이 고인의 뜻에 따라 전액 기부될 수도 있다.

신탁은 피상속인의 뜻을 충실히 살리고 재산권을 덜 침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부동산과 현금,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 증식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법조계에선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줘야 하는 자산가들이 신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