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자신감으로 승부처 울산전 3전 전승
코로나19 속 구스타보·바로우 영입 성공…프런트도 빛나
'챔피언의 자존감'으로 만들어낸 전북의 여덟 번째 녹색 별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통산 여덟 번째 별을 쏘아 올린 2020시즌은 구단 역사상 가장 마법 같았던 시즌으로 기억될 법하다.

전북은 지난겨울 전력을 확실하게 보강하지 못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핵심인 빠른 측면 공격수가 로페즈의 중국 이적과 문선민의 상무 입대로 사실상 한교원 하나만 남았다.

손준호와 함께 허리를 책임질 투쟁력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김보경과 쿠니모토의 가세로 2선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줄 선수는 충분해졌으나, 정작 최전방에서 확실하게 결정을 지어줄 무게감 있는 골잡이가 마흔한 살 이동국 외에는 없었다.

길게 보고 데려온 조규성은 아직 어렸다.

지난 시즌 전북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던 울산 현대가 골키퍼 조현우, 수비수 김기희부터 공격수 이청용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확실하게 전력 보강을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예상한 대로, 울산이 치고 나가고 전북이 쫓아가는 형국이 이어졌다.

울산이 주니오라는 리그 최고의 골잡이를 앞세워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승점을 쌓는 동안, 전북은 꾸역꾸역, 아슬아슬하게 승점을 챙겼다.

'챔피언의 자존감'으로 만들어낸 전북의 여덟 번째 녹색 별
전북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프런트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선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브라질 특급 골잡이' 구스타보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측면 공격수 바로우(감비아)를 수혈하는 데 성공했다.

또 시즌 전 계약이 만료된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이 코로나19 탓에 베이징 런허(중국) 진출이 무산되자 후반기를 앞두고 재빨리 '유턴'시켜 허릿심을 강화했다.

선수단은 뚝심의 추격을 이어갔다.

한 발만 삐끗해도 울산의 독주를 허용하게 될 상황에서 늘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결국에는 우승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승부처가 된 울산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전북의 '우승 본능' 더욱 무섭게 발휘됐다.

무리한 플레이로 선수가 퇴장당하고, 감독이 자충수를 두는 등 울산이 조급증 탓에 '헛발질'을 하는 동안 전북은 '기계'처럼 냉정하게 승리를 가져갔다.

'챔피언의 자존감'으로 만들어낸 전북의 여덟 번째 녹색 별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소 열세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전북은 울산을 상대로 승점 9점을 뽑아갔다.

이 9점이 우승컵의 주인을 결정지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과 아무리 급박해도 허투루 공을 차지 않는 치밀함, 그리고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승리다.

앞서 2009년부터 약 10년간 7차례나 리그 정상에 섰던 전북에는 있고, 14년간 우승하지 못한 울산에는 없는 '챔피언의 자존감'이 '여덟 번째 녹색 별'을 만들어냈다.

전북은 '물리적'으로 더 강한 선수단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전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이상의 '화학적 응집력'을 이뤄내는 팀만이 전북을 왕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우승을 원하는 K리그 강팀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