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컬러바' 띄우면 손실 눈덩이 예상…"소송 갈듯" 예상도
"시청권 침해" vs "승인 취소 사안" 종편 태생적 갈등 노출
방송사 영업정지 초유의 사태…MBN 향방은
방송팀 = 종합편성채널 MBN이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문제로 30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광고 판매 등 영업은 물론 방송 자체를 할 수 없는 중징계로, 앞서 홈쇼핑 채널 등이 프라임타임 업무 중단 처분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이 정도의 중징계는 국내 방송사상 초유의 사태다.

학계에서는 영업정지는 과도한 징계로 시청권이 침해됐다는 입장과, 승인 취소 사안인데 방통위가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종편의 태생적 문제를 노출했다.

◇ 사상 초유의 '컬러바' 뜨나…손실 급증에 소송전 갈듯
광고 영업 정지를 넘어 방송 정지, 즉 '블랙아웃' 처분으로 인해 MBN은 향후 막대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결국 MBN이 가처분 신청 등 소송전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가 유예 기간을 6개월로 제시했지만, 징계 내용에 변화가 없는 한 MBN은 징계 기간 '컬러바'만 송출해야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나의 위험한 아내' 같은 드라마와 '로또싱어' 등 예능은 물론 뉴스 등 모든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셈이다.

최소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승인 취소는 면했지만 MBN으로서는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로 큰 손실이 예상된다.

MBN은 9년 전 보도전문채널에서 종편으로 전환 출범하면서 은행에서 600억원을 직원과 계열사 명의를 빌려 대출받아 종편 최소 자본금 요건인 3천억원을 채웠다가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무리한 종편 전환을 위해 불법으로 충당한 수백억 원의 자본금을 다시 메꿔야 하는 상황에서 벌금에,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까지 더하면 정상화는 사실상 단기간 내 무리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상기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6개월은 견디지 않을까 싶지만, 수익 없이 비용만 드니까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아무래도 방송사가 소송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MBN은 종편 중에 가장 정규직 비율이 낮은 회사다.

그래서 비정규직들이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MBN은 방통위 처분 전날 장승준 사장이 사퇴하는 등 나름의 혁신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처분 후에는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성명을 내고 "방통위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6개월 영업정지는 방송사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이어 "MBN을 정상화하기 위한 비상대책기구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영업정지 초유의 사태…MBN 향방은
◇ "다양한 시청권 침해" vs. "승인 취소가 마땅"
언론학계에서는 방통위 처분을 놓고 입장이 팽팽하게 갈린다.

대체로 종편 출범 당시 나왔던 찬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먼저 최악은 피해 다행이라면서도 영업정지는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재산 신고 잘못한 국회의원을 사형시키는 꼴이다.

MBN 죽으라는 얘기"라며 "언론사에 이렇게 다양한 규제를 거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징계는 타당하나 시청권 침해 같은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종편은 방송시장에 사실상 경쟁을 불러오고 여론의 다양성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겸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대주주의 행위를 놓고 보면 승인 취소돼야 마땅한 사안"이라며 "영업정지로 MBN에 심대한 타격이 있다면 그 역시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도 전 회장은 36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받고 나갔다"고 비판했다.

황근 교수도 "이번 MBN의 불법 행위는 승인 취소도 할 수 있는 문제다.

법적으로만 따지면 영업정지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언론 시민단체 방송독립시민행동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승인 취소를 촉구했다.

이번 징계를 둘러싼 반응은 결국 종편의 존재에 근본적인 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

2011년 종편 4개사가 출범할 당시 치열했던 논쟁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먼저 하주용 교수는 "종편은 보도를 하는 특수한 채널이다.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하고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종편의 논조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방송시장에 경쟁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 게 그나마 종편"이라고 말했다.

황근 교수는 나아가 "종편 허가제라는 개념이 지구상 우리만 있다.

뉴스를 다룬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지상파에 준하는 규제를 받는다"며 "기본적으로 뉴스 채널을 다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현재는 여론 독점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풀어버리면 된다.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기 교수는 "종편 찬반을 넘어 우리나라 방송 광고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한두 개가 적당하다고 봤는데 네 개나 허락해주면서 곪은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교수도 "종편 도입 자체가 무리한 정책 결정이었다"며 "방송시장이 포화상태였는데 지상파와 같은 유력 사업자를 4개나 허용하면서 편법이 만연했다"고 공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