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지영 "중압감 내려놓으니 편해…완벽주의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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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무용축제·서울무용제 무대…'잠자는 숲속의 미녀' 주연도
"공을 차듯이 하면 안 돼" "옆구리, 옆구리" "방향을 바꿀 때는 발을 끝까지 모아야 해" "허벅지를 열어야지" "아니 아니 한 번에 점프하듯이"
스타 발레리나 김지영(42)의 지적에 '발레실기' 수업을 듣는 3학년생들은 자세를 고쳐 발끝을 몸쪽으로 당겼다.
학생들은 음악에 맞춰 점프 등 기본 동작을 이어갔고, 김지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무용학부 실기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춤을 췄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어느덧 자상하고 꼼꼼한 선생님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31일 국립발레단을 떠나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성격이 급한 탓에 처음에는 학생들이 내놓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스트레스도 받았다.
하지만 차츰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학생들이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느끼면서 인내심이 생겼다.
김지영은 수업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립발레단 시절에는 중압감이 컸다.
중압감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하더라"며 "무대에서 잘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심했는데 그게 나를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교수이자 프리랜서 발레리나로 활동하는 지금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더 힘들지만, 무대에 오르면 더 편하다고 했다.
완벽한 발레 환경 속에서 활동하던 과거에 춤을 더 즐기지 못한 건 아쉽다고도 했다.
화려했던 20~30대를 지나 불혹을 넘긴 그는 "춤에 대한 지혜가 쌓여간다.
젊었을 때 지금의 지혜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움도 있다"며 "불완전함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겠나"라고 웃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무대에 오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28일에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제23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전야제 '춤비나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는 공연을 한다.
다음 달 6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제41회 서울무용제 '무.념.무.상.' 파트 2에는 그가 기획·연출하고 출연까지 하는 'Pass away' 무대가 10분간 펼쳐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주제 아래 우울함을 이야기하지만, 늘 옆에서 지탱해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현이 핵심이다.
김지영은 "저는 장조가 아니라 단조의 사람인데, 감정이 내려가면 한없이 우울해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공연도 많이 취소되고 힘들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다행히 감정이 올라가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배들이 국립발레단에서 춤을 출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하면 과거에는 잘 몰랐는데 나와보니 150% 이해한다"면서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무대에 올라 춤을 출 수 있어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탈감과 상실감 등이 밀려올까 봐 국립발레단 퇴단 결정을 선뜻 내리진 못했다.
주변에서 좀 더 활동하라는 권유도 있었다.
그러나 내 몸은 내가 잘 아는 법, 지금이 가장 아름답게 떠날 때라고 판단해 무대에서 내려왔다.
김지영은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고 말했던 미국의 현대무용 거장 마사 그레이엄을 언급했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 이 말을 떠올렸다며 "나이 듦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했는데 이제 받아들인다"고 담담해 했다.
다시 태어나도 발레를 할까.
김지영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발레가 싫은 건 아니지만 고고학자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며 "발레와의 만남도 운명이었듯 내 일을 운명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준비한 공연이 미뤄지면서 연말 일정이 빡빡해졌다.
12월 18~20일에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전막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오로라 공주로 무대에 오르고, 같은 달 24~25일에는 와이즈발레단과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한다.
"제가 여태까지 춤을 췄던 기간보다 앞으로 무대에 설 기간이 적을 거예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은데, 언젠가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잊혀도 괜찮아요,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고요.
" /연합뉴스
"공을 차듯이 하면 안 돼" "옆구리, 옆구리" "방향을 바꿀 때는 발을 끝까지 모아야 해" "허벅지를 열어야지" "아니 아니 한 번에 점프하듯이"
스타 발레리나 김지영(42)의 지적에 '발레실기' 수업을 듣는 3학년생들은 자세를 고쳐 발끝을 몸쪽으로 당겼다.
학생들은 음악에 맞춰 점프 등 기본 동작을 이어갔고, 김지영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무용학부 실기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춤을 췄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어느덧 자상하고 꼼꼼한 선생님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31일 국립발레단을 떠나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성격이 급한 탓에 처음에는 학생들이 내놓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스트레스도 받았다.
하지만 차츰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학생들이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느끼면서 인내심이 생겼다.
김지영은 수업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립발레단 시절에는 중압감이 컸다.
중압감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하더라"며 "무대에서 잘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심했는데 그게 나를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교수이자 프리랜서 발레리나로 활동하는 지금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더 힘들지만, 무대에 오르면 더 편하다고 했다.
완벽한 발레 환경 속에서 활동하던 과거에 춤을 더 즐기지 못한 건 아쉽다고도 했다.
화려했던 20~30대를 지나 불혹을 넘긴 그는 "춤에 대한 지혜가 쌓여간다.
젊었을 때 지금의 지혜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움도 있다"며 "불완전함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겠나"라고 웃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고자 무대에 오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28일에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제23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전야제 '춤비나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는 공연을 한다.
다음 달 6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제41회 서울무용제 '무.념.무.상.' 파트 2에는 그가 기획·연출하고 출연까지 하는 'Pass away' 무대가 10분간 펼쳐진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주제 아래 우울함을 이야기하지만, 늘 옆에서 지탱해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현이 핵심이다.
김지영은 "저는 장조가 아니라 단조의 사람인데, 감정이 내려가면 한없이 우울해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공연도 많이 취소되고 힘들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다행히 감정이 올라가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배들이 국립발레단에서 춤을 출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하면 과거에는 잘 몰랐는데 나와보니 150% 이해한다"면서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무대에 올라 춤을 출 수 있어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탈감과 상실감 등이 밀려올까 봐 국립발레단 퇴단 결정을 선뜻 내리진 못했다.
주변에서 좀 더 활동하라는 권유도 있었다.
그러나 내 몸은 내가 잘 아는 법, 지금이 가장 아름답게 떠날 때라고 판단해 무대에서 내려왔다.
김지영은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고 말했던 미국의 현대무용 거장 마사 그레이엄을 언급했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 이 말을 떠올렸다며 "나이 듦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했는데 이제 받아들인다"고 담담해 했다.
다시 태어나도 발레를 할까.
김지영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발레가 싫은 건 아니지만 고고학자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며 "발레와의 만남도 운명이었듯 내 일을 운명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준비한 공연이 미뤄지면서 연말 일정이 빡빡해졌다.
12월 18~20일에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전막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오로라 공주로 무대에 오르고, 같은 달 24~25일에는 와이즈발레단과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한다.
"제가 여태까지 춤을 췄던 기간보다 앞으로 무대에 설 기간이 적을 거예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은데, 언젠가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잊혀도 괜찮아요,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고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