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배경으로 찍은 완주 인증샷만 2만1천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탓에 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어린이 마라톤이 비대면으로 처음 열렸지만 열기는 어느 대회 못지 않게 후끈 달아올랐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23∼25일 서울에서 3천명, 부산과 대구에서 각각 2천명 등 전국 곳곳에서 1만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대면 방식으로 제10회 국제 어린이마라톤을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비대면 첫 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어린이마라톤 폐막…열기 '후끈'
올해 대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인 '런택트'(Run+untact)로 진행됐다.

런택트 마라톤은 각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뛴 후 온라인으로 개별 인증하는 방식이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대회 사흘간 올라온 인증샷은 2만1천장이 넘었다.

이 중 웹사이트와 앱에 공개 동의를 받은 3천여장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예년처럼 한데 모여 달리는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공식 홈페이지(www.sc.or.kr/marathon/main.do)에는 '커플룩'을 입고 나온 가족이 만추의 자연을 즐기면서 찍은 완주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가족이 행사에 참여해줬고, 완주 인증샷도 올려줘 놀랐다"며 "다른 공간에서 뛰었음에도 '함께 했다는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남기는 등 대면과 비대면 방식의 장점을 모두 잡은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이 덕분에 이제까지 대회가 열리지 않았던 강원도나 제주 등의 시민들도 참여하는 등 지난해 대회보다 5배가 넘는 규모의 인원이 지구촌 아동 돕기에 나설 수 있었다.

비대면 첫 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어린이마라톤 폐막…열기 '후끈'
전국 곳곳에서 열린 만큼 의미있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병설 유치원까지 다 더해도 전교생이 30명에 불과한 전북 정읍의 작은 분교인 능교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렇다.

체험 활동의 하나로 전교생 중 24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여한 이슬기(38) 교사는 "시골에 있는 학교라 체험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부분 취소돼 아쉬웠던 참에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가 비대면으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전까지는 주로 대도시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참가가 힘들었는데 '런택트'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뛰는 중간중간 수행하는 미션도 흥미로워하고, 친구들과 인증 사진 포즈를 어떻게 취할지 의논하는 모습을 보니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에는 8살과 6살이 되는 자녀들과 함께 뛸 계획"이라고 웃었다.

10년 동안 대회에 개근한 김경미(43·인천 서구) 씨는 "친구들과 직원, 가족 등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뛰는 즐거움이 없어져서 아쉽긴 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시간을 택해서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이 생기지 않았냐"고 말했다.

김 씨는 "집주변에 있는 청라 호수 공원이 최근 단풍도 들고 해 질 무렵이면 노을도 예쁘게 진다"며 "노을을 배경으로 완주 인증샷을 올렸고, 다른 참여자의 사진도 감상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줄곧 살다 3년 전 제주로 이사한 문지영(39·제주 제주시) 씨는 "다른 지역 마라토너는 느끼지 못했을 제주의 매력을 한껏 감상했다"며 "10살과 6살인 두 딸과 함께 섭지코지에 가서 바닷바람을 시원하게 들이마시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아동을 구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대회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인 연합뉴스와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2011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 어린이 마라톤 개최지는 지난해 5개 도시로 확대됐고, 올해는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국내외 아동 빈곤 퇴치와 아동 인권 개선 사업에 쓰인다.

비대면 첫 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어린이마라톤 폐막…열기 '후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