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혜성처럼 등장…거듭된 월드컵 불운
지독한 자기관리로 23년 장수…'전북의 전설'로
다 겪어본 '41세 축구청년' 이동국, 웃으며 떠난다
누구보다 굴곡진 축구 인생을 살아온 이동국(41·전북 현대)이 결국 웃으며 그라운드를 떠난다.

26일 은퇴를 선언한 이동국이 23년간 현역 선수로 이어온 발자취에는 '영욕'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이동국은 1998년 한국 축구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동국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골잡이'라는 평가 속에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선발됐다.

다 겪어본 '41세 축구청년' 이동국, 웃으며 떠난다
만 19세 2개월의 나이에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었던 네덜란드와 경기에 나서며 최연소 월드컵 출전 기록을 썼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당시 대표팀은 네덜란드전에서 0-5로 참패했다.

하지만 이동국이 후반 교체 투입돼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던 모습은 팬들이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를 선발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4년 뒤 2006 독일 월드컵을 기약했으나 이번에는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는 허벅지를 다쳤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결국 올랐으나, 온전한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다 겪어본 '41세 축구청년' 이동국, 웃으며 떠난다
이런 가운데 이동국은 2007년 아시안컵 '음주 파동'을 일으켜 1년간 대표선수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1년 반 만에 쓸쓸히 귀국했다.

거듭된 불운 속에서도 이동국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풍운아'로 끝날 수 있었지만, 이동국은 지독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으로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국 '라이언 킹'이라는 수식어를 지켜냈다.

2009년 이동국은 평생 은인이 될 최강희 당시 전북 감독의 품에 안기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든든히 버틴 덕에 전북은 K리그 우승 7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일구며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득점력은 약해졌으나,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제 몫을 다했다.

다 겪어본 '41세 축구청년' 이동국, 웃으며 떠난다
이동국이 있었기에 전북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2019시즌 전북의 K리그1 '역전 우승'도 그래서 가능했다.

전북은 올 시즌에도 역전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라운드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선두로 뛰어올랐다.

주말 대구FC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한다.

올 시즌 이동국은 10경기 출전(4골)에 그쳤다.

하지만 모두가 우승의 원동력으로 이동국을 지목한다.

울산전 뒤 수비수 홍정호는 전북이 가진 '우승 DNA'를 언급하면서 "동국이형 존재가 제일 크다.

가운데서 팀을 지켜주며 이끌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