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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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냈던 포스코가 한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철강 생산과 판매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강철기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27일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제철도 전분기에 이어 흑자를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수요 코로나19 이전수준 회복
포스코는 23일 지난 3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 2619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2분기에 1968년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1085억원)를 냈다가 한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667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4783억원보다 39.4% 많았다. 매출은 14조261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 늘었다.

3분기 실적 반등은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등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철강 수요가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업체의 철강 판매가 회복되면서 고로(용광로) 가동률이 정상화됐다. 조강생산량은 지난 2분기 779만t에서 3분기 950만t으로 22.0% 증가했다. 철강 판매량도 전분기 대비 113만t 증가한 889만t을 기록했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 7월 광양제철소 3고로 가동 재개와 전년 동기 수준의 주문량 회복으로 조강생산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특히 자동차용 강재를 중심으로 한 고수익 제품인 냉연·도금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 가동도 빠른 실적 반등을 이끌어낸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포스코는 코로나19 사태로 철강 수요가 급격히 줄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 4월부터 비경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최 회장은 현금 중시 경영으로 재무 상황을 안정시켰다. 포스코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 3조3000억원을 조달했다.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을 줄여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포스코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전분기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71.8%로 개선됐다. 임승규 재무실장은 "원료, 설비, 공정 등 전분야에서 극한의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철광석 값 안정으로 4분기 수익 개선기대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의 4분기 실적은 한층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은 "국제 시세를 반영해 8월부터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철강 가격을 본격 인상하고 있다"며 "4분기에도 판매량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자동차·조선업계를 대상으로한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장기계약을 맺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철강업체들의 실적에 큰 부담을 줬던 원재료 가격도 차츰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내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t당 13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 t당 11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발레 등 글로벌 철광석 업체들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영향이다.

포스코는 철강 외 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개발과 식량사업,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 실장은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흐름에 대응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의 실적 개선으로 한껏 위축됐던 철강업계에도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은 300억원으로 지난분기(140억원)보다 흑자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