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살 돈까지 도박 탕진, 도박에 몰입돼 정신적 공황 상태"
유족 "실족 가능성 커"…표류 예측·인체모형 실험결과 등 정보공개 청구
해양경찰이 22일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다시 한번 발표했다
그러나 피격 공무원의 유족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해경의 발표가 있기 전 브리핑을 통해 어업지도선 선상 체험 결과, 실족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월북 시도는 괴담이라고 주장했다.

◇ 해경 "채무로 급여도 압류"…"슬리퍼, 피격 공무원 것"

해양경찰청은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경은 북한에서 피격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인 A(47)씨가 최근 455일(2019년 6월∼2020년 9월) 동안 591차례에 걸쳐 도박자금 7억4천만원을 송금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의 계좌로 도박을 통한 수익금은 총 174회에 걸쳐 6억1천만원이 입금됐다며 차액인 1억3천만원을 도박을 통해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또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과 급여 압류 등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은 A씨가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동 중 동료·지인 등 30여명으로부터 받은 꽃게 대금 730여만원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한 뒤 당직근무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40분 실종 전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서 마지막 당직 근무를 하기 1시간여 전에도 도박 자금을 보냈다고 해경은 전했다.

해경은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고, 북측 민간선박(수산사업소 부업선)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도 재차 월북 판단 근거로 들었다.

해경은 앞서 A씨가 타고 있던 무궁화10호 갑판 위에서 발견돼 월북의 근거로 제시했던 슬리퍼에 대해서는 A씨의 것이 맞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경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여러 개 DNA가 검출돼 실종자와 대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다른 직원들 진술 등을 토대로 슬리퍼는 A씨의 것으로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A씨가 실종 전 실족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관계자는 A씨가 수영했을 속도와 이동 방향을 총 12가지 경우로 조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북측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해경은 A씨를 살해한 북한군 관계자에 대해서도 앞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살해와 관련한 국내 목격자가 없고 살해 관련한 다른 정황 증거도나 시신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공동 조사 등으로 증거가 확보되는 즉시 입건할 계획"이라고 했다.

◇ 유족·하태경 "어업지도선 타보니 슬리퍼 신고 근무하는 사람 없어"

하지만 A씨의 위령제 등을 위해 전날 연평도를 방문했던 유족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등이 어업지도선 선상 체험 결과 공무원의 실족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A씨의 형 이래진(55)씨와 이날 인천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원들과 똑같이 어업지도선에서 체험한 결과 깜깜한 추운 바다에서 기획된 월북을 시도했다는 그 모든 근거가 괴담인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월북의 근거로 제시됐던 슬리퍼를 신고 근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모두 안전화를 신고 있었다"며 "배에서 사라진 부유물이 없어 바다 위에 있던 것을 이용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이 붙잡고 있었다는 부유물은 월북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실족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특히 "국제상선공용망은 단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으며 어업지도선에서도 북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우리 측도 대응 통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A씨가 북한에서 발견됐을 때) 우리 측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으나 우리 해군과 해경은 수색 협조 요청 통신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이에 따라 해경에 A씨의 월북 근거로 제시된 당시 표류 예측 정보와 더미(인체모형) 실험 결과 등 정보 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파관리소에도 A씨 실종 당시 북한과 우리 해군 통신 내용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