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2명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접종과 직접 연관성 증거 찾기 어려워"
"고령자·어린이는 독감 고위험군…접종 계속 받아달라"
질병청 "예방접종 중단할 상황 아니다…원인은 신속히 조사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9명까지 늘어났지만, 보건당국은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시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 피해조사반서 '잇단 사망' 논의…사망 2명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대전, 전북 등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자 보건당국은 의료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보고된 사망자 6명에 대한 조사 내용을 논의했다.

각 지역에서 보고된 사망 사례에 대한 기초·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상 반응과의 인과과계를 따져보며 중증 반응이 발생했을 때 해당 백신에 대한 재검정 및 사업 중단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정 청장은 "논의 결과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6건의 사망 가운데 2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중증 이상 반응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청장은 "사망자 2명의 경우,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나머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조사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질병청 "예방접종 중단할 상황 아니다…원인은 신속히 조사
◇ 정은경 "고령자·어린이는 독감 고위험군…접종 계속 받아주길"

피해조사반은 현재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며 다양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논의 결과를 언급하며 "현재 갖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이 갖는 어떤 독성 물질이 원인이 됐을지, 사망한 이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숨진 점, 평소 앓고 있던 기저질환(지병) 과의 관계에 주목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많은 분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괜찮았다는 반응을 볼 때 (사망자들에게 접종된) 백신이 어떤 독성물질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자체의 문제는 배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고 급성기 과민 반응에 의한 사망 여부의 경우, (논의한) 6명 가운데 2명 제외하고는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언급하며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것을 두고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기에 고령자들은 접종을 지속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상온 노출', '흰색 입자' 사고에 이어 잇단 독감 악재에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상온 유통 문제가 제기돼 조사하는 과정에서 2주 정도 걸리고 백신 제조과정 문제로 일부가 회수되는 등 백신 관련 사건이 생기면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 등을 취합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안전한 접종이 이뤄지도록 관리하겠다"며 "고령 어르신, 어린이, 임신부들은 독감에 감염됐을 때 합병증 등이 우려되므로 예방접종을 꼭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