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일간의 식수 대란 이후 낡은 수도관 교체…목표 달성은 못 해
"10년간 693억원 투입했지만"…미완의 태백 노후수도관 교체사업
2009년 1월 12일 강원 태백지역에 하루 6시간씩만 수돗물을 공급하는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6일 후인 18일부터는 수돗물 공급 시간이 하루 3시간으로 줄었다.

하루 3시간씩만 수돗물을 공급받는 식수 대란은 4월 2일까지 87일간 이어졌다.

원인은 2008년 봄부터 이어진 최악의 가뭄과 낡은 수도관이었다.

2008년 태백지역 상수도 유수율(수돗물이 가정에 도달하는 비율)은 28% 수준이었다.

공공 사용량, 계량기 미계측량 등 무수량을 제외하고, 수돗물의 절반 이상이 가정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수도관에서 줄줄 새는 상황이었다.

"10년간 693억원 투입했지만"…미완의 태백 노후수도관 교체사업
◇ 2010년 8월 노후관 교체 공사 시작…당시 유수율 고작 28%
태백시는 상수도 누수율이 전국 평균(12.8%) 수준만 됐어도 식수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2010년 8월부터 노후관 교체를 내용으로 한 상수도 관망 최적 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국비 336억여원 등 총사업비는 693억원이다.

사업 목표는 2017년 초까지 유수율을 87%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노후관이 차례차례 교체되자 유수율도 2015년 43%, 2016년 73% 등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나 유수율은 공사계약 기간 만료를 코앞에 둔 2017년에도 1월 78%, 2월 75%, 3월 79% 등으로 목표인 87%에 도달하지 못했다.

시공사는 2018년 7월 공동·개별주택 내부 누수량, 정수장 사고 누수량 등의 유수량 반영을 주요 내용으로 중재를 신청했다.

시공사는 중재재판부에서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올해 초 태백시에 목표 미달 유수율 등에 대해 보상을 하고, 사업을 종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 요청이다.

태백시는 시공사 요청을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일방에 의한 계약 해지 및 법에 따른 제재를 할 것인가를 놓고 장고 중이다.

2020년 1∼5월 평균 유수율은 75% 수준이다.

"10년간 693억원 투입했지만"…미완의 태백 노후수도관 교체사업
◇ 올해 태백시 상수도 특별회계 적자 사상 첫 탈피 기대
태백시 상수도 관망 최적 관리시스템 구축공사는 10년이라는 오랜 사업 기간 만큼 여기저기 상처를 남겼다.

2014년 상수도 위탁운영 찬반논란으로 4개월간 공사 중지 사태가 발생했고, 2015년 공사 관련 뇌물 사건이 터졌다.

2018년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사업 지연, 주민불편 가중, 유수율 하락, 예산 낭비 등의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면 나름의 성과도 얻었다.

태백시는 일반회계에서 매년 24억원을 상수도 특별회계에 보조한다.

누수 등으로 말미암은 상수도 특별회계의 적자 때문이었지만, 올해 상수도 특별회계의 일반회계 전입금은 '0원'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21일 "올해 사상 처음으로 상수도 특별회계의 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노후관 교체에 따라 유수율이 높아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