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에 따른 대체복무가 제도화되면서 정당한 병역 거부와 불법 행위를 가르는 기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018년 6월 헌재 판결로 입법 논의 본격화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체복무 입법 논의는 병역 종류로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는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2018년 6월 헌재 판결에 따라 본격화됐다.
헌재는 당시 병역거부 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88조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병역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않은 같은 법 5조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당한 사유'가 아닌 입영 거부를 처벌하는 조항 자체는 문제없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입영 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는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같은 해 11월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 취지의 선고를 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병역법이 개정돼 병역 종류에 대체복무제가 추가됐고 대체역 심사위원회 구성, 대체역 편입 절차 등을 정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도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 대체복무 근거가 된 무죄 판결…정당한 병역 거부란?
이달 첫 대체복무를 시작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모두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체역 편입은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결정하지만,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아도 특례에 따라 대체복무가 가능하다.
대체복무가 시작되면서 사법부가 판단한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 기준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통상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사법부 판단의 쟁점은 종교인의 입대 거부가 병역법 88조가 명시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소집일부터 일정 기간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병역 거부자의 종교적 신념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만큼 진실한 것인지는 재판부가 필수적으로 검토하는 부분 중 하나다.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집단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침례의식을 거쳤느냐가 유무죄를 가르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원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병역 거부자의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선고하며 그가 침례를 받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피고인이 침례를 받지 않은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인지 의심이 된다는 지적도 했다.
◇ 종교 교리와 맞지 않은 범죄 전력·게임도 고려
종교 교리와 맞지 않은 범죄 전력이 있을 때도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와 무관하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대법원이 최근 여성 상대 몰카·온라인 게시판 모욕·절도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주장한 한 신도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한 게 대표적 사례다.
폭력적인 게임에 집착한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다만 게임의 폭력성 정도 등에 따라 유죄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하며 병역을 거부한 신도에게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그가 배틀그라운드·오버워치 등 총기 게임을 즐긴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한 신도는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온라인 전쟁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를 즐긴 점이 확인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캐릭터들의 형상, 전투의 표현 방법 등에 비춰 살상을 간접 경험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당시 판결 취지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