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첫 보도 때 경험한 '이상한 로비'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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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첫 보도가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나간 것은 많은 독자들께서 아실 겁니다. 한경은 작년 7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돌려막기'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이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로비 의혹에 이르기 까지 전 과정을 국내 언론중 가장 빠르고 깊이 있게 보도했습니다. 옵티머스펀드의 사기 행각도 올 6월 가장 먼저 보도했지요. 사실 두 펀드의 이상한 투자 행태를 고발하는 첫 기사를 내보낼 땐 이 정도 엄청난 스캔들로 커질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당시 경험했던 '이상한 로비' 행태를 돌이켜보면 요즘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도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기자 입장에서 본 라임펀드의 언론 로비는 특이했습니다. 한경이 라임펀드 의혹 기사를 첫 보도할 당시 편집국장을 맡고 있던 제가 직접 경험한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7월 라임펀드 의혹 기사를 보도하기 일주일 전쯤 어느 날 저녁 저는 오랜 지인의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지인은 수년만에 저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대뜸 "한경 증권부 조진형 기자가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의혹 기사를 취재하고 있다는데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며 "그러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좀 황당했습니다. 라임자산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이 저에게 오랜만에 전화해 이런 청탁을 한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어쨌든 증권부 조 기자의 취재가 사실에 기반해 워낙 충실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펀드의 정확한 실태를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청탁 전화를 무시하고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그것이 한경 2019년 7월23일자 1면 나간 '6조원 굴리는 헤지펀드 라임,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라임펀드 스캔들의 단초를 제공한 첫번째 보도였습니다. 한경은 이후 라임펀드의 사기 행각 등을 집요하게 후속 취재해 1년 이상 수많은 단독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지연 학연 등 정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라임펀드 관련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는 로비가 들어왔습니다. 저 뿐아니라 한경의 최고경영진에도 적지 않은 청탁이 있었습니다.
라임의 로비와 청탁엔 두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라임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인사들이 청탁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이 분이 왜 라임펀드 부탁을 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전화를 받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두번째는 상식 밖의 제안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한경이 라임펀드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 광고든 협찬이든 액수와 관계없이 말만 하면 뭐든지 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기업이 언론보도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행태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경은 그러나 라임펀드 보도와 관련된 어떤 부당한 청탁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사실(fact) 여부에만 매달리며 취재 내용을 숨김 없이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를 주도한 조진형 기자는 그 공적으로 올초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라임펀드 보도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청탁이나 압력이 들어오더라도 편집국엔 전달조차 하지 않고 편집권을 보호해준 경영진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라임펀드 스캔들의 주모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청와대와 여야를 가리지 않은 정치권에 광범위하게 줄을 대고, 로비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의 검찰 등 법조계에 대한 로비 진술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면 대결'을 다시 촉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 유추해 보면 김 전 회장을 포함해 라임펀드의 로비행태가 일반이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상당부분 사기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김 전 회장 진술의 사실 여부와 라임펀드 스캔들의 실체적 진실이 앞으로 중립적인 수사기구의 철저한 수사에 의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
기자 입장에서 본 라임펀드의 언론 로비는 특이했습니다. 한경이 라임펀드 의혹 기사를 첫 보도할 당시 편집국장을 맡고 있던 제가 직접 경험한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7월 라임펀드 의혹 기사를 보도하기 일주일 전쯤 어느 날 저녁 저는 오랜 지인의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지인은 수년만에 저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대뜸 "한경 증권부 조진형 기자가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의혹 기사를 취재하고 있다는데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며 "그러니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좀 황당했습니다. 라임자산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이 저에게 오랜만에 전화해 이런 청탁을 한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어쨌든 증권부 조 기자의 취재가 사실에 기반해 워낙 충실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펀드의 정확한 실태를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청탁 전화를 무시하고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그것이 한경 2019년 7월23일자 1면 나간 '6조원 굴리는 헤지펀드 라임,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라임펀드 스캔들의 단초를 제공한 첫번째 보도였습니다. 한경은 이후 라임펀드의 사기 행각 등을 집요하게 후속 취재해 1년 이상 수많은 단독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지연 학연 등 정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라임펀드 관련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는 로비가 들어왔습니다. 저 뿐아니라 한경의 최고경영진에도 적지 않은 청탁이 있었습니다.
라임의 로비와 청탁엔 두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라임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인사들이 청탁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이 분이 왜 라임펀드 부탁을 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전화를 받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두번째는 상식 밖의 제안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한경이 라임펀드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 광고든 협찬이든 액수와 관계없이 말만 하면 뭐든지 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기업이 언론보도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행태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경은 그러나 라임펀드 보도와 관련된 어떤 부당한 청탁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사실(fact) 여부에만 매달리며 취재 내용을 숨김 없이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를 주도한 조진형 기자는 그 공적으로 올초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라임펀드 보도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청탁이나 압력이 들어오더라도 편집국엔 전달조차 하지 않고 편집권을 보호해준 경영진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라임펀드 스캔들의 주모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청와대와 여야를 가리지 않은 정치권에 광범위하게 줄을 대고, 로비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의 검찰 등 법조계에 대한 로비 진술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면 대결'을 다시 촉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 유추해 보면 김 전 회장을 포함해 라임펀드의 로비행태가 일반이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상당부분 사기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김 전 회장 진술의 사실 여부와 라임펀드 스캔들의 실체적 진실이 앞으로 중립적인 수사기구의 철저한 수사에 의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