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금지 유지' 병무청장에 공개반박…'타 외국국적 취득자와 차별' 주장
유씨는 '병역기피' 의도 법원서 인정됐다는 점에서 타 사례와 달라
"大法판결, 비자발급하라는 취지" 주장했지만 실은 '발급여부 다시 판단하라' 취지
병역기피 문제로 20년 가까이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수 스티브 유(유승준) 씨가 자신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병무청장을 상대로 반박글을 공개했다.

유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병무청장님'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 5년간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 의무가 말소된 사람이 2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간주돼 입국금지를 당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주장했다.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이탈한 사람이 수만 명이 넘는데도 유독 자신에게만 입국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다분히 국민정서를 의식한 처사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유씨는 또 "대법원은 저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며 자신에 대한 입국금지 처분을 유지하는 것은 사법부 판단에도 위배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앞서 모종화 병무청장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티뷰 유는 숭고한 병역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약속했음에도 거부했다"며 "병무청 입장에서는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행 법률과 유씨 관련 사실관계에 비춰볼때 유씨의 형평성 문제 제기는 타당할까?
◇ 다른 외국국적 취득자와 차별?…병무청 "유씨와 비교할 유사사례 없어"
병역법과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병무청장이 외국국적 취득자에 대해 병역 기피 등을 이유로 입국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하면 법무부 장관은 이를 토대로 해당 외국국적 취득자에게 입국금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일단 병무청에 따르면 외국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이탈한 사람 중에서 입국이 금지된 사례는 유씨가 유일한 것으로 확인된다.

유씨의 주장처럼 해마다 4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외국국적을 취득해 병역 의무가 말소되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입국금지 처분까지 내려진 것은 유씨 한명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만을 두고 유씨 사례에 형평성이 결여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과 법무부 등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2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유씨는 그해 10월 대구지방병무청에서 수핵탈출증(디스크)을 이유로 공익근무요원 소집 판정(병역 4급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12일자로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유씨는 연예활동 등을 이유로 한차례 입영연기를 신청했고, 이미 여러 차례 언론 등에 군 복무 의지를 밝힌 유씨를 신뢰한 병무청은 입영일자를 이듬해 2월 14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입영을 한달여 앞둔 2002년 1월 12일 유씨는 '일본과 미국에서 공연을 한 뒤 2월 5일 귀국한다'는 조건으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한 뒤 그해 1월 18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달 23일 대한민국 국적상실신고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이에 병무청은 유씨가 병역 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병무청을 속여 출국한 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법무부에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여 2002년 2월 1일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병무청은 애초 유씨가 2001년 11월 12일이었던 입영일자를 2002년 2월 14일로 연기한 것이 2002년 1월 18일로 예정된 미국 시민권 취득일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병역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마치 입영일 전에 귀국할 것처럼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자신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1심 재판부도 "유씨가 미국 시민권 선서식 날짜가 1월 18일임을 알고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병역 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유씨가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데 있어 병역 의무를 기피할 목적이 존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다면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외국국적 취득에 따른 병역 면제 사례가 아니라, 유씨처럼 병역 의무를 기피하기 위한 외국국적 취득 의도가 법원에서 인정된 다른 사례와 비교해야 적절한 것이다.

병무청도 유씨의 사례와 비교할만한 외국국적 취득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씨처럼 입영을 한달여 앞두고 병무청의 특별허가를 받아 해외여행을 나간 뒤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인 외국국적 취득자와 자신을 비교한 유씨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 입국금지가 사법부 판단에 위배?…비자거부 '절차 위법'만 판단
'입국금지 처분을 유지하는 것은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사법부 판단에 위배된다'는 유씨의 주장도 타당한지 따져야 한다.

유씨는 앞서 지난 3월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LA총영사관이 2015년 유씨의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유씨는 이 판결을 근거로 자신에 대한 입국금지 유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당시 대법원 판결은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유씨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일부 절차 위반이 있었으니 발급여부를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였다.

즉 비자발급을 거부한 기존 처분을 취소한 뒤 다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판단이었을 뿐 유씨에게 반드시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LA총영사관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다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이 지적한 절차 위반을 보완해 발급여부를 다시 판단한 결과 이전과 마찬가지로 발급을 거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하라'는 법원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입국금지 유지가 사법부 판단에 위배된다는 유씨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 비자발급과 입국금지는 별개…입국하려면 입국금지 취소소송 내야
만약 법원이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고 판단을 했더라도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 처분이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외교당국의 비자발급 거부 처분과 법무부의 입국금지 처분은 전혀 별개의 법적 근거를 가지는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외교당국이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하더라도 그것이 입국금지 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때문에 유씨가 입국을 하려면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대해서만 소송을 낼 것이 아니라 법무부가 2002년 내린 입국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내야 한다.

이 소송에서 이겨 입국금지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비자발급도 이뤄질 공산이 커진다.

그리고 미국인의 경우 비자 없이 90일 동안 한국내 단기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도 입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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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