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사용 기한이 끝나는 2세대(2G)·3세대(3G)·LTE 이동통신 주파수의 재사용료를 놓고 통신사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통신사들은 1조6000억원을 적정 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최대 5조5000억원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사용 중인 주파수를 계속 쓰기 위해 수조원을 더 들이면 5세대(5G) 설비 구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국가의 희소자원인 주파수 사용권을 주는 만큼 적정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주파수 재할당에 필요한 금액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학계 전문가 등으로 연구반을 구성해 산정 방식을 검토 중이다. 내년에 사용 기한이 만료되는 주파수 320메가헤르츠(㎒) 가운데 이미 서비스가 끝난 SK텔레콤의 2G 대역폭 10㎒를 제외한 310㎒가 재할당 대상이다. 주파수는 통상 경매를 통해 사용 권한을 부여하지만 서비스를 제공 중인 대역은 경매가 아니라 심사할당 방식으로 재할당하고 있다.

통신사와 정부가 충돌하는 지점은 대가 산정 방식이다. 전파법 시행령 11조는 예상·실제 매출의 3%를 반영하는 정부산정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매 방식으로 할당한 적이 있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경매 대가 반영 유무에 따라 재할당 대가는 크게 달라진다. 통신사들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서비스 유지가 목적인 만큼 경매 대가 고려 없이 매출 기준으로 대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 3사가 최근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공동 건의문에 따르면 주파수 310㎒ 대역을 5년 동안 사용할 경우 예상·실제 매출의 3%를 적용하면 적정 대가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재할당과 신규 할당은 법적 성질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6년 2.1기가헤르츠(㎓) 대역을 재할당할 때 과거 경매금액과 예상 매출의 3% 기준 금액을 절반씩 반영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2조9000억원 수준이 된다.

통신업계에선 정부가 3조원 후반대 재할당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할당 대가로 5조5000억원을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전 산식을 단순 적용한 숫자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무부서인 주파수정책과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재할당 기준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은 낙찰가의 어느 정도를 반영할지 명시하고 있지 않아 사업자 입장에서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예상 매출 규모 역시 정부가 임의로 결정하고 있어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로부터 주파수 사용권을 받아 사업하는 통신업 특성상 통신사들이 정부 정책을 거스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신사들의 반발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금액에 따라 업체별로 수천억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018년 5G 주파수에 들어간 비용이 3사 합쳐 3조원이 안되는데 기존 주파수에 이보다 많은 돈을 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존 주파수 재사용에 천문학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면 5G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업체는 주파수 일부를 재할당받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발표하고 나면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액에 따라 일부 주파수만 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5G 가입자 증가로 여유가 생긴 LTE 주파수 일부를 포기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