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주', 시민 틈에 숨어든 군인 박한수 역
배우 민우혁 "그 시대 광주, 알면 알수록 가슴 먹먹해져"
5·18 민주화운동을 재현한 뮤지컬 '광주'의 무대에 선 배우 민우혁은 "어렵다"는 말로 작품의 무게를 전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이 주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눅이 들어서가 아니라 역사의 아픔을 이야기하기에 겸허하고, 진중했다.

민우혁은 '광주'를 "알면 알수록 가슴이 먹먹해지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내용을 찾아보다 보니 무대 위에 서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며 "보통 공연을 올리면 가슴이 후련해지는데, '광주'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부터가 무겁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군부 정권과 맞서 싸운 광주 시민들 사이에 파견된 특수부대 평의대원 박한수. 무고한 시민이 폭행당하는 참상을 목격하고 이념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민우혁은 "박한수는 악마이자 인간"이라며 "군대에서 당한 세뇌, 명령으로 억울하게 악마가 됐다는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그가 한 일이다.

용서받기 위한 행위로 보이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배우 민우혁 "그 시대 광주, 알면 알수록 가슴 먹먹해져"
'광주'는 민우혁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이다.

그는 자신을 "표현이 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다.

맡은 배역의 감정을 있는 힘껏 끌어내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점이 그의 매력이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감정을 분출하기보다는 가슴 속에 담아두는 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민우혁은 "슬프거나 무너지는 역할을 하면 철저하게 슬퍼하고 무너지는 편"이라며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슬픔을 왜 감정 없이 하지'란 반응이 나오게 연기하려고 했다.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애착이 큰 음악으로 꼽은 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그는 "노래를 부르는데 당시의 광주 사람이 된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며 "'이 시대에 태어나 이 감정을 갖고 광주에 있었다면 정말 목숨을 걸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배우 민우혁 "그 시대 광주, 알면 알수록 가슴 먹먹해져"
무대 위 그의 연기나 노래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배우가 아닌 한명의 국민으로 '광주'에 다가간 덕분이다.

민우혁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며 "5·18에 대해 얼핏 알고만 있었지 군인들이 시민인 척 섞여 들어가 건강한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으로나마 사람들이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광주 시민들이 폭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그들이 어떤 각오와 마음으로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희생했는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