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개 반응은 안 해…미 복스 기자, 소식통 인용해 비공개 기류 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장의 '괴물' 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한 북한의 열병식에 분노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실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 소속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알렉스 워드 기자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가 신형 ICBM과 자체 제작한 트럭 발사대(이동식 발사대) 등이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퍼레이드에 대해 "진짜로 화가 나 있다"(really angry)고 정통한 소식통이 내게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식통이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정말로 실망했으며 그러한 실망감을 다수의 백악관 당국자들에게 표출했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번 열병식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반응을 내놓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화를 표출했다는 이러한 전언이 사실이라면 우회적인 대북 경고용 메시지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을 하면서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신형 장비들이 북한의 최신 미사일 기술의 집약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세계 최장 길이로, 탄두부에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형태여서 수도 워싱턴DC와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등 미국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경고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며 대북 외교를 대외 분야 최대 실적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정상 간 톱다운 외교에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에 실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라는 결과만 낳았다는 미국 내 비판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조사상 열세가 고착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선거운동에 제한을 받아온 가운데 북한발(發) 돌발 악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이 ICBM 시험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은 가운데 미국에 대한 과도한 자극은 피하면서 미국 대선 후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모양새를 취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대내외적 상황관리 등의 차원에서 즉각적인 공개 반응은 자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개인적 친분에 기댄 '톱다운 외교'를 주도해왔으며, 지난달 발간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출신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통해 둘이 주고받은 친서 20여통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 빠르게 위로 전문을 냈으며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메시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미 정상 간 전례 없는 일련의 회담 후에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그사이 김정은은 더 크고 더 치명적이고 한국과 일본, 아시아 내 주둔 미군, 그리고 미국 본토를 더 잘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드는데 분주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보여준 '성과물'들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더는 핵 위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외교가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 차례의 정상 간 만남이 의미 있는 돌파구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