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개 달하는 회사 제재 난망…현실 반영 못 한 조항도 지적
정부 내놓은 미성년 연예인 보호안…정작 연예계는 '갸웃'
정부가 연습생과 지망생을 포함한 미성년 연예인 권익보호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최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미성년 연예인 등에 대한 권익보호 개선방안'은 크게 ▲ 연예기획사 정보 공개 확대 ▲ 데뷔를 빌미로 한 금품 요구 등 불법행위 근절 ▲ 투명하고 공정한 오디션 관행 정립 ▲ 불공정 계약 체결 방지 ▲ 휴식·학습권 침해와 성희롱·폭행 등 불법행위 근절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과 불법행위 과태료 신설 등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개선안이 세밀하지 못하고 실효성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가장 문제는 연예기획사를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이 고착됐다는 점이다.

국내 대중문화기획업체는 약 4천곳에 이른다.

스타를 발굴해 전속계약을 맺는 일반 기획사와 돈을 받고 연기·노래 등을 가르치는 학원 형태도 뒤섞여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의 단체가 있어도 미등록사가 훨씬 많다 보니, 이 업체들이 불법을 저질러도 일단 자정작용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손성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은 11일 통화에서 "대중문화산업발전법상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문턱을 계속 낮추다 보니 40시간 교육만 받으면 기획사를 차릴 수 있다.

법 자체도 두루뭉술한 조항이 많아 업자가 범죄행위를 해도 제대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디션 정보 공개 확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꿈꾸는 사람이 다 자질이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지망생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다도 가능성이 있는 지망생이 이 업계에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손 회장은 이밖에 현장에서는 표준계약서보다 부속합의서가 중요하다는 점, 데뷔하기 위해 장시간 연습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정부 방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규정을 만들기보다 하반기 있을 연매협의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을 현실화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놓은 미성년 연예인 보호안…정작 연예계는 '갸웃'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등 현장에서도 당장 크게 변할 게 없을 거라는 반응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수천개에 달하는 소규모 기획사들이 해당 가이드라인을 잘 지킬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며 "이들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과태료 또한 높게 물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짚었다.

기획사의 폭행·폭언에 대한 처벌 내용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소속사 직원들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한 그룹 이스트라이트와 TRCNG 멤버의 법무대리인 정지석 변호사는 "기획사 측의 소속 가수 폭행은 여러 번 사회 문제가 됐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소형 기획사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미성년 연습생·가수들이 폭행과 폭언을 겪는 일이 만연해 있을 텐데 새로운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정부에서 작심하고 발표했지만 업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공감이나 체감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일전에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표준계약서 같은 것들을 내놨고, 나름대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면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안 나온 상태에서 뭐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아역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홍보 관계자도 "과거 미성년 배우들의 심야 촬영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된 후 현장에서 알아서 배려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모르고, 가시화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