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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뉴욕 빈민가서 꿈 볶던 소년…'따뜻한 커피제국'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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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운드 업

    하워드 슐츠 지음 / 안기순 옮김
    행복한북클럽 / 568쪽│2만7000원

    스타벅스 창업자 슐츠의 인생 스토리
    힘든 어린시절이 '인간 중심 경영' 토대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도 성장한다"
    건강보험·스톡옵션 등 '파격적 복지'
    2018년 6월 스타벅스 이사회 의장과 상임회장에서 물러난 하워드 슐츠(오른쪽)가 사임 당일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왼쪽) 및 작별 인사를 하려고 모여든 스타벅스 파트너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행복한북클럽 제공
    2018년 6월 스타벅스 이사회 의장과 상임회장에서 물러난 하워드 슐츠(오른쪽)가 사임 당일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왼쪽) 및 작별 인사를 하려고 모여든 스타벅스 파트너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행복한북클럽 제공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빈민가에 사는 한 아이가 도박판으로 변한 집에서 나와 회색빛 계단으로 몸을 피했다.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먼 곳을 바라보던 아이는 ‘어떻게 하면 이 계단에서 벗어나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될까’라며 상상했다. 그 아이의 상상 속 미래는 그가 성인이 된 뒤 출장차 우연히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오페라 음악이 흐르는 매장 안에서 커피잔을 들고 친구들끼리 모여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며 그는 커피를 중심으로 생기 넘치는 공간 문화가 미국 땅에 펼쳐질 모습을 그렸다. 4년 뒤 그는 시애틀에 이탈리아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바 ‘일 지오날레’를 열었다. 커피 체인업체 스타벅스의 전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71년 시애틀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팔던 스타벅스는 현재 전 세계 2만8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커피 회사로 성장했다.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한 창업주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67)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경영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경영철학의 뿌리는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기반한다.

    [책마을] 뉴욕 빈민가서 꿈 볶던 소년…'따뜻한 커피제국' 일구다
    슐츠는 전작 《온워드》 이후 8년 만에 펴낸 《그라운드 업》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의 성장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스타벅스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애썼던 경험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자란 슐츠는 어릴 적 기억이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회상한다. 성취감이나 목표 없이 돈 버는 수단으로만 일했던 아버지를 볼 때마다 자신은 저렇게 일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던 어린 시절, 어떻게든 학교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심지어 매혈까지 하며 학비를 댔던 젊은 시절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하지만 자신의 성장 과정을 미화하진 않는다. 좌절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지금 청년들에게 그런 꿈을 심어 주기 위해 우리 사회의 리더와 기업,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매력적이고 따뜻하고 사교적인 공간에서 고객에게 고품질의 커피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 성장의 주된 동력이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따로 있었다. 슐츠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하게 전력을 기울여 일하고, 커피에 대해 배우려는 열정을 품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직원이 필요했다”고 강조한다. 이런 그의 생각은 1986년 작성한 ‘일 지오날레’ 사명 선언문에도 녹아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커피바는 직원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직원에게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고, 서로 개인의 성장을 돕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사명을 기반으로 그는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를 밀어붙였다.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건강보험과 스톡옵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빙판길에 넘어져 입원하는 바람에 월급은커녕 곧바로 회사에서 쫓겨나 무기력하게 집에 누워만 있던 아버지, 열심히 일해도 집조차 갖지 못했던 부모에 대한 기억이 이런 결정을 만들어 낸 계기였다. 슐츠는 “예상과 달리 회사에 재정 부담을 안기지 않았다”며 “되레 직원들은 스타벅스의 사명에 깊이 헌신하는 협력자가 됐다”고 서술한다.

    스타벅스는 1971년부터 좋은 이웃이자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따뜻한 장소이며, 국가에 문제가 있을 땐 행동으로 나서는 기업이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개인을 넘어 한 기업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기업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슐츠의 근본적 고민에서 시작된 결과였다. 슐츠는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스타벅스 직원들이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애리조나주립대와 교육파트너를 맺으며 ‘대학성취계획’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인종 차별 문제나 청년 실업 등 이슈가 되는 일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스타벅스가 걸어온 여정을 짚어보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모두가 바라는 공정, 평등, 안전한 미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고 말한다. 이어 “장기적인 가치를 달성하려면 기업은 투자자보다 먼저 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고객과 직원을 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희망이 필요하며, 기업과 기업가는 그 희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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