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초로 2천500안타를 달성한 박용택(41·LG 트윈스)은 인터뷰 처음과 끝을 무척 아쉽다는 말로 장식했다.

LG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연장 12회에 2-3으로 역전패 했다.

대기록을 세우고 이겼으면 기쁨이 배가 됐을 터였기에 박용택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가득했다.

박용택은 이날 벤치를 달구다가 2-2 동점인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우익수 구자욱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2루타를 날려 단숨에 2, 3루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박용택은 경기 후 "올해 친 내가 친 타구 중 가장 빨랐던 것 같다"며 "주자 2, 3루가 되면서 내가 꿈꾸던 '이기는 게임에서의 중요한 타석에서 나온 안타'를 생각했다"고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LG는 정근우의 고의볼넷으로 1사 만루 황금 찬스를 이어갔지만, 두 타자가 연속 뜬공으로 물러나 허무하게 끝낼 기회를 날렸다.

결국 무득점은 연장 12회에 무릎 꿇은 빌미가 됐다.

박용택은 "2천500안타를 정말로 의식하지 않았다"며 "이병규 타격 코치님이나 여러 코치님이 2천500안타에 몇 개 남았다고 많이 알려주셨고, 오늘 기록 달성으로 코치님들이 신경을 덜 쓰게 해드린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2천500개 안타 금자탑 중 박용택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안타는 2002년 4월 16일 인천 문학구장(SK행복드림구장)에서 치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친 통산 첫 안타다.

박용택은 18년 전의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그는 "SK의 에이스로 그해 탈삼진왕을 차지한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의 공을 받아쳐 우측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쳤다"고 어제 일처럼 회상했다.

김용달 삼성 타격 코치와의 인연도 새삼 화제에 올랐다.

박용택은 김 코치와 LG에서 2007∼2009년 3년간 선수와 지도자로 한솥밥을 먹었다.

박용택은 "당시 많은 것을 고치려고 하시던 김 코치님과 자주 부딪쳤지만, 그 덕분에 나만의 타격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기억나는 지도자 1순위로 김 코치님을 꼽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 김 코치에게 다가가 2천500안타를 달성하면 직접 코치님께 꽃다발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던 일화도 덧붙였다.

김 코치와 박용택은 연장 10회초 시작 전 꽃다발 증정식 때 서로 뜨겁게 포옹하고 아름다운 사제의 정을 나눴다.

박용택은 "중요한 타석에서 중요한 안타를 쳐서인지 후배들도 더욱더 축하해준 것 같다"며 "앞으로 순위 싸움에 중요한 17경기가 남았는데 후배들이 긴장감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집중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팬들이 야구장에 안 계셔서 세리머니를 하기에도 쑥스러웠다"며 관중과 함께하지 못한 진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