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골퍼’ 멜 리드(33·잉글랜드·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리드는 5일 미국 뉴저지주 캘러웨이의 시뷰GC 베이코스(파71·6190야드)에서 열린 숍라이트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9언더파로 제니퍼 컵초(23·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7년 서른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LPGA에 도전한 뒤 거둔 첫승. 리드는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도 챙겼다.

리드는 2010년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여자 골퍼였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여섯 차례 우승했고,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세 차례 나섰다. 2016년엔 여자 골프 국가 대항전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도 출전했다.

베테랑인 그가 LPGA투어에 진출한 이유는 “현실에 안주하기 싫어서”였다. 2012년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경기력이 떨어지자 새로운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미국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2017·2018·2019 시즌에 상금 60위 안에 든 적이 없었다. 리드는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익숙하고 편한 고향을 떠났다”며 “가족, 친구들과 헤어지는 등 많은 걸 희생했다”고 했다.

리드는 2018년 성소수자임을 밝힌 커밍아웃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커밍아웃한 뒤 이름을 멜리사가 아니라 멜로 바꿨지만, 정상의 기량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 9월.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이 전환점이 됐다. 이 대회에서 공동 7위에 오른 그는 다음 대회인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공동 5위까지 올랐다. 당시 3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였다가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하면서 우승하지 못한 경험도 약이 됐다.

리드는 “33세에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다는 건 내가 역경을 즐긴다는 뜻”이라며 “나는 늘 투사였고, 역경과 싸웠다. 이번 우승으로 큰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