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춤·사랑으로 당시 민중의 뜨거운 삶을 그리며 아픔이 서린 시대와 장소를 재조명하는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연출이 중요하다.
작품을 진두지휘한 고선웅 연출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부담도 많이 되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겁나는 일이었다"며 연출을 맡은 소회를 밝혔다.
고 연출은 앞서 연극 '푸르른 날에'에서 비극과 희극을 오가며 5·18을 재현해 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치열한 항쟁 속에서 굳건하게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낸 당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다.
고 연출은 "넘어져서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장면들로 당시 상황을 본질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선웅은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력이 담긴 연출로 뮤지컬 '아리랑',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수많은 화제작을 탄생시켰다.
이번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점은 음악이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대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13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과 출연 배우들의 합창이 가슴을 울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 김종률은 "이번 뮤지컬을 통해 이 노래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전 세계에서 불리면서 민주주의에 헌신한 모든 분에게 힘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민우혁·테이·서은광 분)가 진실과 신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극의 흐름도 당시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박한수는 혼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시민들 틈에 잠입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폭행을 당하고 연행되는 참상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이념의 변화를 겪는다.
이처럼 무거운 역사를 다루면서도 '광주'는 풍성한 선율과 섬세한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고 연출은 "아픈 마음을 당면하기 두려워하는 분들도 과감하게 와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뮤지컬이라는 미학 속에서 광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감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작사 라이브는 배우들이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작품의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제작진이 작품 의미를 설명한 쇼케이스를 2일 오후 7시 네이버TV에서 공개한다.
공연은 이달 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