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 유통해야 물 맑아져" vs "예산 확보되면 2025년까지 가능"
4조 쏟아부은 새만금호 수질 '5등급'…3~4급수로 개선 가능할까
새만금호(湖) 수질 개선을 위해 수십년간 4조원 넘게 투입했으나 목표수질(3∼4급수) 달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22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애초 정부의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에 따르면 새만금 내 목표 수질은 도시용지는 '심미적 친수(親水) 활동이 가능'한 3급수, 농업용지는 4급수이다.

목표 수질 달성을 위해 정부와 전북도는 1단계인 2001∼2010년 1조3천억원, 2단계인 2011∼2020년 2조9천여억원을 투입한다.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총 4조원 넘게 들어간 셈이다.

8월까지 투입된 2단계 예산 2조7천405억원 중 99.9%인 2조7천101억원이 전주와 익산 등 새만금 상류 주변 7개 시·군의 수질 환경 개선사업에 활용됐다.

새만금호 내부 수질 개선에 쓰인 돈은 1% 가량인 273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도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은 목표에 미달하는 5∼6급수 수준이다.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새만금호는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동진강에서 내려온 물을 가둔 담수호다.

호수 면적은 1만ha로 평균 수심은 5.5m, 담수량은 5억3천500만t으로 설계됐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섬진댐의 담수량(4억6천600만t)을 훨씬 웃돈다.

애초 새만금 사업이 농지 확보를 통한 식량 증산 목적으로 시작된 만큼 새만금호는 수자원을 확보해 새로 조성될 농업용지에 용수를 공급하고, 홍수 때마다 바닷물 역류에 따른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상습 침수피해(1만2천㏊)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담수 외의 해수 유통 등을 통한 수질 개선 방안은 건설 당시부터 배제돼 목표수질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새만금호 수질은 관광과 레저 등이 가능한 '적극적 친수 공간(2급수)' 조성을 목표로 했다가 쓰레기나 기름, 거품 등이 없는 '심미적 친수 공간(3급수)'으로 상당 부분 후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를 서술적 개념으로 보면 몸을 담글 수 있는 깨끗한 물에서 눈으로 보아 불쾌하지 않은 물로 바뀐 것이다.

정부와 전북도는 MP에 따라 새만금을 '물의 도시'로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수준의 깨끗한 수질 확보를 위해 상류인 만경강 인근의 축산단지를 매년 단계적으로 사들였다.

하류에는 유입수 관리와 인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하·폐수 처리시설의 총인 방류수 수질 기준 등도 종전보다 강화했다.

이 기준에 따라 2015년 이후 농업용지(4급수)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8㎎/ℓ, 총 질소(T-N) 1㎎/ℓ, 총 인(T-P)은 0.10㎎/ℓ 이하로, 도시용지(3급수)는 COD와 T-N, T-P 농도가 각각 5㎎/ℓ, 0.6㎎/ℓ, 0.05㎎/ℓ 이하로 맞췄다.

또 새만금 바깥 바다에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등 목표 수질(농업용지 4급수, 도시용지 3급수)을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처럼 상류의 오염원을 차단해 담수호 유입을 막을 계획이었지만 상류의 가축사육 등 오염원이 획기적으로 축소되지 않은 데다 각종 내부 공사 등으로 해수 유통량이 감소해 수질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4조 쏟아부은 새만금호 수질 '5등급'…3~4급수로 개선 가능할까
'뜨거운 감자'인 새만금 해수 유통 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수조원의 예산과 수십년간의 시간 투자에도 수질이 악화한 탓에 배수갑문의 상시 개방이나 추가로 제3의 갑문을 설치해 해수 유통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주장이다.

배수갑문을 통해 민물과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면 생태계가 복원되고 수질이 개선돼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북도는 새만금호가 상수원으로 사용될 계획이 없는 만큼 환경단체 등이 해수 유통을 통해 상수원 보호구역 수준인 3급수를 목표로 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높은 수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3급수 달성과 유지를 위해서는 새만금 상류 지역인 전주와 군산, 익산, 김제 등 도내 주요 도시의 개발과 가축사육 등도 제한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간과 투자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또다시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4조 쏟아부은 새만금호 수질 '5등급'…3~4급수로 개선 가능할까
윤동욱 전북도 새만금 해양수산국장은 "수질 개선을 위한 정부 예산이 수반되고, 내부 개발이 어느 정도 끝나는 2025년쯤이면 목표 수질인 3∼4급수를 맞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주하수종말처리장 건립과 익산 왕궁단지 축사 매입 등 상류 지역 오염원을 차단하면서 총 인(T-P) 수치가 상당 부분 개선됐으며, 내부 개발에 맞춰 새만금호 침전물 등을 본격적으로 제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20년간 4조원 넘게 들였지만 총 인(T-P)만 어느 정도 개선됐을 뿐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등 나머지 지표는 별반 변화가 없다"면서 "5년간 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수질이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상류 지역인 7개 시군 농경지와 축산단지, 주택가 등에서 흘러나오는 5급수의 오·폐수가 새만금호에 모여 6등급이 되는 상황이 수십년간 되풀이되고 있다"며 "새만금 사업이 마무리되는 2030년까지를 상정해서 자체 시물레이션을 해봐도 목표 수질 달성은 불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