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방송 대신 하천 범람·주민 대피소식 실시간 전해
북한, 드라마 끊고 태풍 '마이삭' 재난방송…사실상 '생방송'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면서 북한 방송도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됐다.

조선중앙TV는 2일 강원도, 함경도 등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취재진을 급파, 사실상 생방송에 가까운 보도를 이어갔다.

TV는 먼저 오후 6시 30분께 강원도 고성군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를 연결했다.

기자는 리금숙 고성군 읍사무장 인터뷰를 통해 고성군, 통천군 해안가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고, 선박들도 안전지대로 피항했다는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다.

주민들이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고정하고 베란다에 내놓은 짐을 실내로 들여놓는 분주한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 TV는 함경남도 단천시에 나가 있는 아나운서를 연결했다.

다리 위에 선 아나운서는 누렇게 불어난 물을 배경으로 "보시다시피 비가 억수로 더 쏟아붓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32㎜로 관측됐던 강수량이 18시 현재 57㎜로 관측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천을 비롯한 단천시 안의 모든 강·하천들이 범람하고 강냉이(옥수수)밭들과 도로들이 물에 잠겼다"고 덧붙였다.

기상정보 관측 시각과 방송이 나간 때의 시차가 20∼30분여밖에 나지 않는데, 북한의 낙후한 방송 기술력을 고려하면 거의 실시간 보도에 준하는 셈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영상 편집에 드는 시간 때문에 취재한 내용을 스틸 사진으로만 내보내거나 한참 시차를 두고 공개하던 관례를 고려하면 비교적 신속한 행보다.

북한, 드라마 끊고 태풍 '마이삭' 재난방송…사실상 '생방송'
TV는 오후 8시 30분께 연속극 '자기를 바치라' 순서에서는 도중에 방영을 끊고 강원도 고성군 현장을 다시 비추기도 했다.

현장에 급파된 아나운서는 비에 흠뻑 젖은 채 "20시 30분 현재 날씨 상태를 보면 비내림 양은 더 많아져서 이렇게 많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다"며 "도로와 공공건물 마당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후 9시에는 또 다른 기자가 강원도 문천시에서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멎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다"며 "새벽 3시경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V는 스튜디오 중계에도 힘을 쏟았다.

오후 3시께 리성민 기상수문국 부대장이 출연해 태풍 예상 경로를 상세히 분석했고, 오후 10시께는 한장백 기상수문국 실장 박사가 출연해 홍수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규 방송 도중에는 하단 자막을 통해 지역별 홍수경보를 안내했다.

TV는 지난 8호 태풍 '바비' 때도 정규방송을 취소해가며 시청자들에게 실시간 기상정보를 알린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장마로 곡창지대인 황해도 일대에 여의도 두 배 너비에 해당하는 농경지 피해를 보면서 정확한 기상정보 전달에 공을 들여왔다.

이례적인 이번 실시간 방송도 인명과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