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을 방탄소년단처럼 만들 수 있을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의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정치권에서도 BTS를 축하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난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축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국악문화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임 의원은 "국어와 국기(國技), 전통무예, 씨름, 문화재 등은 모두 고유 법이 있는데 국악법은 없다"며 "한류가 각광받는 시대에 가장 한국적인 국악 산업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K팝의 성공이 국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담은 것입니다. 이 법안에는 김홍걸·이재정·정청래 의원 등 16명의 민주당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 17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진흥법 관련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진흥법만 500여개에 달합니다. 취재 결과 특정 산업을 진흥하거나 발전, 지원 등을 규정한 법 대다수가 규제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광진흥법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 한동안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이 불법이었던 것도 관광진흥법 탓이었습니다. 진흥법은 또 '공공기관 늘리기'의 근거가 됐습니다. 대부분의 진흥법은 'OO진흥원 설립'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악을 방탄소년단처럼 만들 수 있을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국악을 세계화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악문화진흥법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해당 법안에는 '방송사의 국악 방송프로그램 확대 노력'이 명문화돼 있습니다. '노력'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국악문화산업진흥원 설립'도 어김없이 포함됐습니다. 심지어 국악방송까지 둔다고도 돼 있습니다.

국악이 한류의 주역이 되는 걸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회나 정부가 나서서 국악을 진흥한다고 세계적으로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BTS가 그 반증입니다. BTS는 K팝 진흥법이나 K팝 진흥원이 없어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수와 기획사가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내버려 둔 결과입니다. 정치권이 BTS에게 찬사를 보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BTS의 성공에서 배울 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